소설이 보여줄 수 있는 장점 중 하나가 독특하고 기발한 상상력이라면 윤고은이 제일 앞 줄에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 SF나 환상소설에 준하는 상상력이 아니라 현실을 기반으로 하면서 그걸 비틀어버리는 유의 상상력.
<1인용 식탁>이나 <해마, 날다> 등에서도 그랬지만 이 작가는 현실을 소설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 소설을 재현하게 만든다.
<밤의 여행자들>은 “정글”이라는 회사에서 재난 여행을 기획하는 “고요나”라는 주인공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 여자가 베트남의 “무이”라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이다.
저런 직업이 있는지, 무이라는 곳은 어떤 곳인지, “사막의 싱크홀”은 존재하는지,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소설이 현실을 앞서가기 때문이다.
이 작가가 여행을 좋아하는 것도 어쩌면 이해가 간다.
머물러 있으면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으니까.
편혜영의 <재와 빨강>을 떠오르게 하는 이 작품이 어쩌면 윤고은의 변화를 의미한다고 누군가는 써 두었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 작가는 여전히 변할 생각이 없다.
그녀는 자본주의와 익명성, 그리고 재난으로 점철된 이 세계도 자신만의 해법으로 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현실을 앞서 나가는 소설의 형태다.
결코 윤고은은 이 세계의 탐험가로서의 역할을 포기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