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그것도 자랑이랍시고, 나는 책을 두 번 읽지는 않는다고 떠들고 다녔다.
어떤 사람은 좋아하는 책을 여러 번 반복해서 보는 사람도 있었고,
읽다가 재미가 없으면 도중에 그만두기도 하는 모양이었다.
나로 말하자면, 한 번 읽기 시작한 책은 일단 끝까지 다 읽는다.
그리고 아무리 훌륭한 책이어도 그것을 또 읽지는 않는다.
어떤 부분이 생각나 뒤적거려 보기는 하지만 전체를 다시 읽지는 않는다.
물론 어떤 책에 관해, 혹은 어떤 작가에 관해 ‘써야’ 할 경우는 좀 달랐다.
한 번 읽고, 글을 써낸다는 것은 글쎄, 타고나도 보통 타고나지 않고서야 좀 어렵다.
두 번, 세 번은 물론이거니와 어떤 부분은 수십 번 반복해서 들여다 보아야 겨우 좀 쓸 수 있다.
그래도 여전히, ‘써야’ 하지 않는 책들은 결코 두 번 읽지 않겠다고, 이상한 다짐을 하곤 했다.
그런데 얼마 전 어떤 자리에서, 어떤 평론가가 부지런히 읽어야 한다면서 이렇게 말을 했다.
문예지에서 이미 그 소설을 읽었지만 책이 나오면 또 읽어야 한다고.
그때는 그냥 무심히 듣고 넘겼는데, 요즘 그런 생각이 자꾸 든다.
어쩌면 이게 이 직업의 운명 같은 것이 아니겠냐고.
누군가 비평가는 뭐하는 사람입니까, 라고 물으면
작품을 두 번 읽는 사람이라고 대답해야겠다고.
좋아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