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레즈비언에 관한 것이라고 지레짐작할 사람들이 꽤 많을 것 같다.
그러나 이 영화는 삶의 방식에 관한, 사랑의 형식에 관한 것이다.
글쎄, 나에게는 아델이 아닌 엠마의 방식이 좀 가깝지 않을까.
끊임없이 자신을 자유롭게 하고, 자아를 실현시켜나가는.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그러기를 바라는.
아델의 방식은 다르다.
뭔가 대단한 일이 아니더라도 내가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다른 사람, 일따위는 포기할 수도 있다.
이 두 방식은 여러모로 대비되는데,
엠마에게는 일과 사랑이 같은 것이고, 아델에게는 전혀 별개의 것이다.
남성적 방식과 여성적 방식이랄 수도 있겠고, 먹물과 비먹물이랄 수도 있겠다.
그런데 문제는 이 두 방식이 좌와 우로 명확히 나뉘지 않는다는 것.
삶의 매순간 이 두 방식이 부딪힌다는 것이다.
그건 이들의 내면에서도, 서로의 관계에서도 일어나는 일이다.
이 영화는 아델이라는 인물의 성장기라고도 볼 수 있는데
몇 번의 부딪힘을 거쳐 그녀는 인생의 새로운 막을 열게 될 것이다.
이 영화의 제목으로 <아델의 삶 1, 2부>가 어울리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단 한 차례의 회상이나 시간 역전 없이 직진으로 내달리는,
두 여배우의 얼굴로 화면을 가득 채우는 이 작품은 어쩌면,
영화적 리얼리즘이라는 해묵은 성취를 세련된 방식으로 다시 보여준 것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