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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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2003년에 보지 않아서 참 다행이다.

스무살의 내가 이 영화를 봤다면 정말이지, 안 본 것만 못 했을 거다.

2014년에 재개봉을 해준 덕에 이 명작을 영화관에서 보게 됐다.

내가 아주 인상 깊게 보았던 다른 영화들의 좋은 점들을 이 영화가 선취하고 있는 게 많았다.

우선 이 세 젊은이가 머무는 공간, 그다지 넓지도 않은 ‘집’인데 여기에서 영화의 대부분이 전개된다.

그러니까 <아무르>에서 대단하다고 느꼈던 방식이 이미 있었다는 말이다.

영화의 제목, 즉 ‘Dreamer, 꿈꾸는 자’를 상기해보면 이 공간에 대한 집요한 탐구와

그 속에서 이들이 사랑과 욕망과 예술, 특히 영화를 내밀하게 경험하는 서사가

결국 하나의 “꿈”임을 알 수 있다.

이들의 꿈이 깨지는 순간은 자살을 모의하던 순간,

68혁명 시위대에 의해 창문이 돌에 깨짐으로써 이루어진다.

이제 비로소 그들 셋은 ‘함께’ 밖으로 나간다.

이것은 그들이 최초로 만났던 영화의 초반부 이후 처음이자 마지막인 동반 외출로 보인다.

‘집’이 아닌 다른 공간이 등장하는 장면이 극히 드물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셋이 함께 하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누군가는 집에 항상 있는 것이고, 이들의 꿈은 계속된다는 것.

현실에의 참여라는 기제에 의해 이들의 내면적 탐구가 중단된다는 해석은 다분히 도식적이지만

별다른 수가 없어 보인다. 결국 사랑을 차지하는 쪽도 현실에 깊숙이 관여하는 인물임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

이들의 꿈이 깨지는 마지막 장면에서 흐르는 노래는 이제는 너무도 유명한

에디트 피아프의 “아뇨, 나는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요(Non, je ne regrette rien)”인데

이 노래를 크리스토프 놀란 감독이 <인셉션>에서 사용한 이유를 이제야 알게 된 셈.

<몽상가들>이 영화에 끊임없이 오마주를 바치는 것처럼

놀란 감독 역시 “꿈을 깨는” 장면에 저 노래를 사용함으로써 <몽상가들>에 오마주를 바친 것 같다.

빛나는, 아름다운 영화이고  배우들의 싱그러움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들이 영원히 필름 속에 남아 있을 수 있다는 것, 영화야말로 진짜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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