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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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멋진 영화.

웨스 앤더슨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처음 접했다.

어쩌자고 미국에서는 이렇게 재능있는 감독들이 자꾸 탄생하는지.

어른들에게 필요한 동화 같은 이 영화는 흠잡을 곳이 거의 없다.

이 감독이 그려낸 세계대전을 전후한 20세기 초반의 유럽(주브로브카)이라는 공간부터,

이 속에 들어 있는 저 수많은 군상들. 이를 정말로 멋있는 화면에 담아내는 솜씨. (색감이 엄청나다)

서로 내가 더 개성 있다며 자랑하는 듯한 인물들. (연기도 단 한 명도 빼놓지 않고 엄청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지나가버린 어떤 것에 대한 그리움까지.

이 동화는 좀 잔혹하고, 스릴러적인 요소를 담고 있는데 그마저도 웨스 앤더슨은 요만큼의 이질감도 없이 처리한다.

그러니까 잘린 머리나 손가락들이 가감없이 등장해도 이 재치 넘치는 이야기에 전혀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게다가 문학에 바치는 오마주라니.

액자소설의 형식을 띤 이 영화는 서술자(narrator)의 목소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 목소리에 따라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경험은 심지어 화면비에도 영향을 준다.

내가 얻어들은 정보로는 당대에 가장 많이 쓰인 화면비를 그 시대를 그릴 때 썼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그런 것 같다)

Part1, 2, 3, 4로 구분되어 소제목이 붙어 있는 서사 구조는 역시 소설에서 가져온 것일 테다.

소설가의 목소리로 시작되는 영화이고, “슈테판 츠바이크에게서 영감을 받았다”라고 밝히면서 끝나는 영화이다.

아마 <광기와 우연의 역사>(지금은 <인류사를 바꾼 순간>이라 번역되어 최근에 재출간되었다)를 참조한 것이리라.

혹은 나치의 박해를 피해 끊임없이 유럽을 떠돌던 작가 자체를 가리키는 것일 수도 있겠다.

어쨌든 이 영화는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어떤 시간들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훌륭히 전통을 간직하던 호텔은 이제 손님이 거의 찾지 않는 곳이 되었고, 황홀한 케이크를 굽던 멘들스도 사라져버렸다.

그 사라져버린 세계에 대해 어떤 사람이 말한다.

그 말을 들은 어떤 사람이 글을 남겼다.

그 글을 현재의 어떤 소녀가 작가의 동상 앞에서 펼쳐든다.

이 현재는 2014년이 아니다. 이 영화에서는 항상 연대를 밝히는데 유일하게 그 장면에서만 2014년이라 표기하지 않는다.

역사를 되돌아보는 현재는 언제나 ‘지금’이라는 것.

‘지금’이 아닌 모든 것, 지나가버린 시간들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는 것.

 

거의 모든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다행히도 http://www.akademiezubrowka.com 이런 사이트가 있어서 ‘고화질’로 복기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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