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두 편의 영화를 보았다.
두 편 모두 젊은 신인 감독이 찍은 작품이고, 결론적으로는 둘 다 좋았다.
주연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했고, 이야기를 쌓아 나가는 방식이 두 편 다 비슷했다.
이 감독들은 장면 하나하나를 대단히 섬세하게 찍고 있는데, 민용근 감독을 생각나게 한다.
<한공주>는 지켜보기가 아주 어려운 영화다.
끔찍한 경험을 겪은 한 소녀가 누구로부터도 보호받지 못하는 이야기다.
피해자와 가해자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있는 한국사회의 현실은 거의 지옥의 풍경에 가깝다.
한 번 주저앉으면, 그게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도 해도, 결코 일어설 수 없다.
이 사회는 피해자를 보호해주기는커녕 가해자들의 파렴치하고, 후안무치한 행동들로부터 피해자를 ‘격리’시키지도 못하는 일차원적 시스템이다.
이 땅에 희망이라고는 요만큼도 없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어설픈 희망, 그래도 살아야지라는 식의 당위 같은 것들을 무참히 부순다.
참혹하고 끔찍한 작품이다.
<셔틀콕>은 세 남매의 이야기다.
(아마도) 부모가 재혼을 했기 때문에 첫째와 셋째가 아버지 쪽의 친남매이고 둘째는 어머니 쪽의 아들.
그런데 (아마도) 부모가 어떤 사고로 죽게 되고 세 명의 남매가 그들이 남긴 보험금으로 살아가는 이야기.
“아마도”라고밖에 할 수 없는 건 많은 것들이 생략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둘째가 도망가버린 첫째를 찾기 위해 셋째와 서울에서 남해로 길을 떠나는 내용이다.
그 여정에서 이들이 간직한 ‘비밀’이 모습을 드러낸다.
흔하다면 흔한 설정이지만 소수자들의 연대는 눈물겹다.
<한공주>도 그랬지만 이 영화 역시 배우들의 연기가 대단하다.
특히! 셋째 역의 아역배우는 어디서 나타난 건지.
핵심을 빼먹고 대략 기록해 두려니 오히려 힘들다.
인상적인 장면 두 개만.
1. <한공주>에서 ‘그 사건’이 벌어질 때 자기 아들만 데리고 나가던 남자의 모습
2. <셔틀콕>에서 둘째가 첫째에게 “기형아나 낳아버려”라고 말할 때의 그 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