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희야>를 보았다.
대체로 좋은 영화라고 생각되지만 <한공주>, <셔틀콕>에 이어 이 영화까지 보자 일종의 불만 같은 것도 생겨났다.
치밀하고 섬세하게 씌어진 각본과 이를 담아내는 연출력은 훌륭했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놀라웠다.
열다섯의 김새론은 물론이고, 송새벽이라는 배우의 내공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것은 그 자체로 불만이기도 하다.
한국의 젊은 신인 감독들은 마치 꼭 그래야 한다는 듯 성 담론을 소재로 택한다.
그리고는 그걸 아주 섬세하고 예민하게 다룬다.
상처입은 성적 소수자에 집중하고, 우리 사회가 그들을 얼마나 구석으로 내몰아가는지 참담하게 보여준다.
그 시각과 주제의식에 십분 동의하면서도, 지금 이게 하나의 ‘유행’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급기야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외국인 노동자와 아동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동성애자가 교도소에서 마주 보는 장면은 작위적으로까지 느껴진다.
그러니까 이런 형태의 서사가 또 하나의 전형을 형성해가고 있는 것이다.
고통받는 성적소수자 주인공, 그 주인공을 벼랑 끝으로 내치는 인물(혹은 사회), 그리고 주인공을 사려 깊게 이해하지만 아무런 힘을 보태줄 수 없는 인물.
이 세 유형의 인물을 아름다운 풍경 속에, 살짝 흔들리는 핸드헬드로 잡아내면 지금 가장 멋있는 영화가 될지 모르겠다.
요컨대 세련된 연출력으로 무장한 신인 감독들이 “세련되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소재”를 택하니, 영화가 좀 뻔해진다.
섬세한 응시를 통해 낯선 문제들을 발견했으면 좋겠다.
+ 흥미로운 것은 이 세 편의 영화가 모두 다른 방식의 결말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공주>는 비극으로, <셔틀콕>은 해결없이 열려 있고, <도희야>는 희망적이다.
나로서는 <셔틀콕>의 방식이 가장 적절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