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의 소설들(3)

<문예중앙>, 2014년 가을호

 

1. 진연주,  <사막>

세계의 구조에 대한 알레고리 소설.

음표를 달고 낙원에서 ‘말없이’ 행복한 이들과 추방된 영역에서 처절한 삶을 이어가는 인간들이 대비를 이룬다.

주인공인 그녀는 “예수”의 현현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서사가 좀 산만하고, 문장에 힘이 지나치게 들어가 있는 느낌.

알레고리적이라고는 하나 모호한 비유나 설정이 많다.

제목이 왜 “사막”인지도 알듯 말듯.

 

2. 백수린, <여름의 정오>

스무살에 스쳐 지나간 강렬한 경험에 관한 이야기.

현재, 과거가 교차하는 형식과 작가의 잔잔한 문장이 어우러져 나쁘지 않은 결과를 만든다.

다만 인물들의 사연이 좀 익숙한 느낌이고, ‘타카히로’ 역시 자주 보던, 한국 소설에 등장하는 일본인의 전형 같다.

그래도 주인공인 ‘여자’와 ‘타카히로’가 끝내, 여지껏 생을 살아내고 있다는 이야기와, 여러 죽음, 특히 어린 죽음의 사연들이 겹쳐지며 마무리되는 이 소설은 “청춘”과 “죽음”에 대해 한번쯤 생각하게 하는 힘이 있다.

 

3. 설은영, <연두>

기대없이 읽었는데 인상적인 작품이다.

예상했던 전개를 족족 빗나갔다.

‘김’도 그랬지만 ‘아내’가 특히 인상적이다.

아니, 이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 모두가 기묘한 느낌을 준다.

무언가 파국의 냄새가 나는 불안함이 전면에 흐르면서도 일상이 정상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작가가 아주 잘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이고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결코 알 수 없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자음과모음>, 2014년 가을호

 

1. 백민석, <죽은 아이는 멀리 간다>

슬슬 백민석이 하고 있는 작업의 정체가 드러나는 듯하다.

이전의 작품들을 읽으면서 ‘조금 더’라고 무수히 외쳤는데, 충분히 더해지고 있다.

아마 연작의 형태로 조만간 합쳐지지 않을까 싶다.

그냥 이 계열의 소설을 읽으면 모든 것을 제쳐 두고 마음껏 타락하고 싶어진다.

백민석만이 줄 수 있는 쾌감.

 

2. 박정윤, <소요>

이야기 자체가 흥미롭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리고 작가를 잘 모르지만, 바닷가의 삶과 디테일에 아주 능해 보인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산만하고 난삽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조금씩 반복되면서 정체를 드러내는 꿈 이야기도 그다지 새롭지 않고, 결정적으로 주인공인 여자, 그리고 ‘소요’라는 인물의 특징이 잘 보이지 않는다.

세련되려고 노력하지만 감출 수 없는 촌스러움이 있다.

서사의 공간을 아예 외국으로 설정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았다.

 

3. 최정화, <오가닉 코튼 베이브>

아주 인상적인 작품.

21세기적 삶에 관한 소설적 보고서랄까.

약, 요가, 유기농, 천연, 심리 상담, 알코올 등 삶을 이겨낼 수 있게 하는 다양한 현대적 조건들을 단 한 명의 인물로 보여주고 있다.

재치 있는 장면들이 많고, 서사의 리듬과 문장이 아주 좋다.

아마 이 작가의 작품을 그대로 몇 편은 보았을 텐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예전에는 좀 무거운 작품이었던 것 같은데.

아무튼 이런 분위기의 작품을 또 써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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