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의 소설들(2)

<세계의문학> 2014년 겨울호

 

1. 이승우, 강의

“빚”에 관한 이야기.

결국 “빚을 없애려면 빚을 져야 한다”는 그 끈질긴 이야기.

금융과 자본이 어떻게 인간을 옥죄는지에 대해 날카롭게 그려내고 있다.

그러나 아버지가 거대한 빚더미에 깔려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 좀 더 부각되었더라면, 상징이나 은유를 조금만 줄였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회생’이라는 단어를 건져올린 것과 마지막 장면의 ‘유리벽’ 설정은 인상적이었다.

 

2. 김의경, 물건들

때때로 지나친 디테일은 서사의 질을 떨어뜨릴 수도 있겠다.

‘다이소’와 서른 언저리에 다다른 세대의 삶을 정말로 핍진하게 그린 이 소설은, 그 핍진함 때문에 약간은 실패한 게 아닐까.

우리 세대가 겪는 고민들이 과장이나 축소 없이 적절하게 담겨 있는 점은 마음을 잔잔하게 움직이는 힘이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이 소설의 인물들, 그러니까 영완과 ‘나’가 별로 매력적이지 않다.

특히 인물들의 대화가 큰 고민없이 씌어진 것 같아 아쉽다.

 

 

<자음과모음> 2014년 겨울호

 

1. 해이수, 리키의 화원

이름은 독특해서 그런지 많이 각인된 편인데 정작 작품은 그다지 읽지 못했다.

이 작품은 그저 눈앞에 장애물에 최선을 다하는, 리키라는 인물을 다룬다.

어딘가 눈에 익은, 익숙한 이야기의 패턴이었다.

리키는 마치 성자 같은 느낌을 주는데,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이 그를 바라보며 성호를 긋는 모습은 너무 전형적이라 당황스러웠다.

디테일, 인물, 메시지 모두 인상적이지 못한 작품.

 

2. 구병모, 어디까지를 묻다

이 작가가 저평가되었다는 의견에 동의할 수 있겠다.

그러나 자기 색깔이 좀 부족하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겠다.

끊임없이 말을 쏟아내는 택시의 손님을 설정한 것은, 주인공의 직업이나 삶과 관련해 적절한 선택이지만 형식적으로 신선하지는 않다.

서른 언저리 세대의 문제를 다루고 있기는 하나 예리하지는 않은 듯 하다.

최근 발간한 소설집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에 실려 있기도 한데, 모아보면 다채로울 수 있으나 혼자 빛을 내지는 못한다.

 

3. 배상민, 데드, 라인

이번 <자음과모음>에 실린 작품들이 대체로 어디서 본 듯한 이야기들인데, 이 작품이 가장 그렇다.

약간은 단순한 상상력과 흔한 극적 상황들이 혼합되어 전체적인 실패를 낳는다.

결말은 너무도 예측 가능했던 방향으로 흘러가고, 안타깝게도 되짚을 부분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4. 김멜라, 홍이

신인상 수상작이다.

차라리 이 편이 훨씬 신선했다.

공들인 인물들과 사건의 얼개는 좋았다.

그런데 뭐랄까, 몇 번을 끙끙대며 고쳐 쓴 작품 같다고 할까.

문체가 이 작가만의 리듬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아주 단단하게 절제된 느낌이다.

서사의 교차 구성은 언제나 나쁘지 않은 전략이지만 그래서 그 작가만의 솜씨라 하기는 어렵다.

과연 어느 정도의 색깔을 가진 작가일지, 아직은 30% 정도의 지지만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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