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 한국이 싫어서(민음사,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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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좀 이상하다.

이래저래 화제가 된 소설이었는데 그저 그랬다.

“한국이 싫어서”라는 도발적이고도 시원한 제목이 너무 큰 기대를 심어줬나.

일단 정말 이놈의 ‘한국’을 제대로 까보자, 이런 맛으로 읽힐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

한국이라는 시공간의 반대편에 호주를 두면서도 이를 찬양 일색으로 몰고 가지 않으려고 노력한 것 같긴 하다.

그래도 우리가 바랐던 건 이 정도의 수준이 아니다.

이게 만약에 블로그에 게시된 글이었다면 환호를 보냈을지 모르겠는데, 소설로 만드는 일은 좀 달라야 하지 않았을까.

통찰력 있는 한방이 없고, 디테일도 생각보다 풍부하지 않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쭉쭉 치고 나가는 서사의 속도가 “행복하자”라는 결론과 별로 맞지 않는 것 같다.

한국이, 조국이 싫은 건 우리 다 마찬가지다.

근데 왜 떠나지 못하나.

끝내 여기에서 발버둥치면서 위태롭게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에서 행복할 수는 없나.

한국의 행복과 호주의 행복은 많이 다른가.

할 말이 많으면서도 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 이런 질문들에 작가는 서른 전후의 주인공을 앞세워 좀 편하게 접근했던 것 같다.

“내가 이미 얘들한테 입이 닳도록 권했어. 오기 싫대.”

내가 재인의 팔꿈치를 잡으며 말했어.

“오기 싫다고? 왜?”

재인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이더라.

“조금만 더…… 한국에서 조금만 더 해 보고요.”

예나의 남자친구가 꼬인 혀로 말하더라.

예나 남자친구는 그래도 이해해. 노래 가사를 한국말로 쓰고 싶다니까. 혜나 언니나 예나가 호주 오기 싫어하는 건 정말 이해를 못하겠어. 혜나 언니는 계속 스타벅스에서 일해. 거기서 한 시간에 얼마 받으려나? 5000원? 좀 오래 했으니까 6000원? 그걸로 한국에서 생활이 돼? 그 돈 모아서 집 살 수 있어? 부모님 병들고 그러면 어떻게 해? 참 이상해. 하루에 여덟 시간씩 서서 일하고 화장실 변기 닦고 그러는데 연봉 1700 정도는 받아야 하는 거 아냐? 살 수는 있게 해 줘야지. 한창 때 여자가 얼마나 사고 싶은 게 많을 텐데. 군것질도 해야 하고 데이트도 해야 하는데. 혜나 언니는 여기 있으면 시집 잘 가는 수밖에 없어.

예나도 마찬가지야. 걔, 공무원 시험 합격 못해. 이제는 9급 공무원 시험도 고시급이라는데 걔가 그 정도로 밤 새워 공부하고 그러지 않잖아. 그거 합격할 노력이면 호주 영주권 쉽게 딴다. 그리고 호주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게 한국에서 동사무소에서 일하는 것보다 나쁘지 않을걸?

pp.178-9.

이쯤되면 갸우뚱하게 되는 것이다.

계나라는 인물이 품은 생각이란 게 고작 저런 거였다니, 깊이가 없다면 반짝이기라도 해야 할 텐데, 그냥 이기적인 캐릭터로 떨어지고 만다.

계나에게는 ‘망설임’이 없다.

그녀가 느끼는 이런저런 문제의식들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지만 정작 어떤 선택이나 결정의 순간에, 응당 있어야 할 고민이 별로 없다.

오히려 한국에서 아등바등대는 ‘지명’을 비롯한 계나의 주변인들이 더 곱씹을 여지를 많이 던져준다.

‘개저씨’때문에, ‘K-유교’, ‘헬조선’이라서, 혹은 더러운 ‘종특’에 질려 한국을 떠난다면 이에 관해 더 말했어야 한다.

그리고 만약 그랬다면 이 소설은 한국을 떠날 수 없었을지 모른다.

그런 이야기만 모아도 한 트럭은 될 테니까 말이다.

그러니까 “행복을 찾아서 나는 떠나요”라는 식의 결말은, 끝내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겠지만, 허무하고 공허하게 느껴져서, 공들여 읽을 필요가 없음을 스스로 증명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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