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2015년 봄/여름호

<문학동네> 2015년 봄호

 

1. 백수린, 국경의 밤

자전소설이라는 딱지를 달고 있다.

이런 종류의 청탁을 받으면 작가들은 무척 고민할 수밖에 없을 텐데, 영리하게 헤쳐 나갔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나’를 설정하고, 부모의 여행기를 통해 근원을 찾아가는 여정이 나름 신선하다.

국경을 넘는다는 것과 탄생한다는 것이 맞물려 있어 흥미로운 지점들이 몇 있다.

결국 ‘나’가 태어난 것은 1995년 여름밤인데, 이게 1982년생인 이 작가에게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

 

2. 최윤, 분홍색 상의를 입은 여자

K와 ‘나’ 사이의 사연을 담은 작품이다.

최윤답게, 빽빽하면서도 서정적인 문체를 보여주긴 하는데 K라는 인물이 썩 매력적이지 않았다.

몇몇 구성들이 촌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중견급의 작가가 뽑아낼 수 있는 딱 적당한 수준의 단편.

 

3. 이기호, 권순찬과 착한 사람들

이기호는 작정하고 일종의 ‘실명소설’을 시리즈로 써내고 있는데, 이렇게 보면 <김박사는 누구인가>라는 단편집이 아쉽다.

모범생처럼 모아서 내지 말고, 연작소설의 형태로 혹은 새로운 기획의 형태로 소설집을 냈다면 어땠을까.

아무튼 <차남들의 세계사>에서 ‘나복만’도 그랬지만 여기에서도 ‘권순찬’이 핵심이다.

소설 속 화자인 ‘나’야 당연히 이기호의 분신으로 봐야 할 것이고.

그런 점에서 7백만원을 받기 위해 어느 날 홀연히 나타나 아파트 입구에 떡 노숙을 하고 있는 권순찬의 이야기는 이미 ‘리얼’하다.

그러니까 이런 세계에서 도대체 누가 ‘착한’ 사람이고, ‘애꿎은’ 사람인가.

 

4. 심재천, 퀸

흥미로운 설정이고, 흡인력을 가진 서사이긴 하다.

그런데 이런 저런 서사들이 덧붙으면서 결국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한 것인지 알 수 없게 돼버렸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낡은 말로 아쉬움을 표현할 수밖에 없겠다.

 

 

<문학동네> 2015년 여름호

 

1. 김종옥, 디

자전소설로 소비되기에 아까운 작품.

김종옥이라는 작가에게 기대도 꽤 했었고, 첫 소설집도 챙겨 읽었지만 이 정도로 믿을 만한 작가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과천, 우리가 하지 않은 일>을 읽고, 솔직히 한두 작품을 제외하고 건질 게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그저 그런 소설가로 남겠거니 했다.

(이건 폄하의 의미가 아니다. 꾸준히 작품을 써내면서 어느 정도의 질을 담보하는 작가를 말한다.)

그런데 어쩌면 내 생각보다 더, 무게감을 줄 수 있는 작가가 아닐까, 이 소설을 읽으며 계속 생각했다.

굳이 이 소설의 내용을 기록해두기보다 앞으로 챙겨 읽어야겠다는 다짐을 남겨둔다.

 

2. 김훈, 저녁 내기 장기(將棋)

김훈이 전방위 소설가라는 걸 증명하는 또 하나의 작품이다.

삶이 얼마나 회한으로 점철되는지, 한 ‘사람’이 가진 이야기란 얼마나 장구한지, 김훈은 보여준다.

장기판에서 만나는 이춘갑과 오개남의 사연을 각각 비추어가면서 어떤 위로나 동정도 없이, 그저 덤덤히 궤적을 그려나가는 솜씨가 고고하다.

개를 떠나보낸 오개남과 전처의 죽음 앞에 당도한 이춘갑이 다시 장기판에서 만날까?

그럴 거 같지 않다.

 

3. 이신조, 야간 정비

총기난사 사건을 경험한 주인공의 ‘그 이후’를 따라가는 소설이다.

어떻게 이 정도의 디테일을 구사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성실한 작품이다.

덕분에 어쩌면 뻔한 방식으로 흘러가는 이 소설에는 ‘실감’이 있다.

‘완’에게 괜찮다고, 묵묵히 살아가라고, 그러면 된다고 말을 건네고 싶다.

 

4. 윤성희, 가볍게 하는 말

윤성희만이 쓸 수 있는 소설.

각각의 인물들이 얽혀 있는 사연의 디테일과 관계의 균열의 순간을 잡아내는 놀라운 눈이 이 작가에게는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따뜻하다’는 것, 그러면서도 삶에 대한 통찰력을 놓치지 않는다는 것.

언제나 믿고 읽을 수 있고, 읽지 않고도 추천할 수 있는 작가다.

 

5. 홍희정, 앓던 모든 것

공교롭게도 앞선 윤성희의 소설과 약간 겹치는 면이 있다.

노년의 여성을 등장시켜 시간을 쌓은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를 구성한다는 측면에서 그렇다.

다만 이 작품은 그 노년의 주인공이 스무살 남짓한 젊은 남자에게 ‘사랑'(이 어휘가 적절한지 모르겠다)을 느끼는 서사가 주를 이룬다.

갑자기 어떤 할머니의 집에 얹혀 살기 시작한 이 윤오라는 남자도, 사랑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조금 미묘한 감정을 느끼는 이 할머니도 잘 이해가 안된다.

더군다나 거기에 계속 끼어드는 ‘문학’이라는 ‘질병’도 별 감흥을 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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