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2015년 겨울호

문학동네 겨울호는 여러모로 좀 착잡한 심정으로 읽었다.

무엇보다 이상운 작가가 돌연 운명을 달리해 생의 마지막 지면에 실렸고, 문학동네의 한 세대가 마무리되는 ‘작별 인사’도 실려 있다.

문학동네에 관해서라면 참으로 할 말이 많지만, 1994년 겨울에 시작된 이 사람들의 ‘진격’을 두루 쫓아온 바, 수고하셨다는 말만 남겨 놓고 싶다.

지난 가을호에서 몇몇 소설가를 불러 한국 문단의 문제들을 논의할 때도 그랬지만 이번 호에서 문예지 편집위원들과 나눈 이야기들도 뾰족한 수가 없어 보였다.

대체로 하나마나 한 이야기였고, 결국 인정투쟁이 아닌가 싶어 씁쓸하다.

올해부터 문학동네는 1세대 편집위원들이 모두 물러나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모양새다.

대부분의 잡지들이 평론가들을 몰아내고 작가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것과 달리 그 중심에 ‘비평’을 두겠다는 의지가 반갑다.

동시에 영화와 음악 등 비평의 외연을 넓히려는 것 같은데, 성공적일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다.

 

아무튼, 소설이나 읽자.

 

1. 한창훈, 여자와 개

작가 이름만 보고도 대충 어떤 얘기일지 짐작이 갔다.

바닷가에서 펼쳐지는 밑바닥 인생의 이야기인데, 여기 인물들에게서 어떤 이질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소설이 어쩔 수 없이 풍기게 되는 먹물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

제목이 보여주듯 날 것 그대로의 생과 인식.

남자와 여자가 보여주는 거래의 ‘윤리’가 무척 흥미롭다.

 

2. 박성원, 불안, 우울 그리고

<고백>의 박성원은 유머가 넘쳤는데, 어째 또 사라져 버린 듯하다.

소설을 만드는 능력이야 뭐 의심할 필요가 없지만, 여러 흥미로운 소재들을 그저 가공하는 데만 그친 게 아닌지.

관계에 대한 깊이가 부족했고, 이 계열이라면 <달로 간 코미디언>이 이미 있다.

 

3. 김금희, 고양이는 어떻게 단련되는가

2015년에 가장 활발했던, 양적 질적으로 모두 주목할 만했던 작가 중 한 명이다.

첫 소설집 이후 발표하는 단편들이 이제 제법 숙련된 느낌이다.

무엇보다 이 주인공이 보이는 삶의 태도가 매력적이고, 그 지극히 개인적인 태도가 결국 그를 개인으로만 남겨두지 않는다는 결말도 좋다.

묘한 궁금증을 남기며 소설을 끝맺는데, 약간의 힌트라도 있었으면 좋았겠다.

 

4. 임솔아, 줄 게 있어

가장 인상 깊게 읽었다.

‘친구의 자살’이라는 흔한 서사이지만, 상처를 치유하는 것, 누군가를 위로하는 것 등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어떤 상처는 그냥 가만히 두어야 한다는 단순한 메시지로 읽힐 가능성이 크겠지만, 그것보다는 한쪽 방향으로만 일렬로 행진하는 군중의 이미지가 보여주는 것처럼, 완벽하거나 완전하거나 완결되었다는 식의 어떤 편향에 관해, 모두가 믿고 있는 올바른 것에 대한 문제 제기로 읽고 싶다.

그리고 죽음을 받아 들이는 방식.

“그래서 그랬다더라는 몇 마디의 문장으로” 죽음을 전해 듣고 고개를 끄덕이면 어른이 될 수 있는 것일까.

전체적으로 소설이 거친데, 그것은 대체로 아쉽다는 생각이지만 또 그래서 빛나는 장면들이 있긴 하다.

 

 

 

2 Responses

  1. 김하늘

    안녕하세요, 평론가님. 마땅한 닉네임이 보이지 않아 제가 생각하기에 옳다고 생각하는 호칭으로 짧게나마 글을 남겨둡니다. 부끄러워서 지난 게시물에 댓글을 달아요.

    제가 처음 평론가님의 글을 읽게 된 건, 황정은 작가님의 에 대한 리뷰를 찾던 도중이었습니다. 평론가님의 글 만큼 수준 높은 평을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하지 않았기에 너무 좋았어요. 이후로 저는 평론가님의 블로그에 써두신 글을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읽었어요. 최근 글들 중에서는 신경숙 작가에 대한 코멘트가 눈에 들어왔어요. 저는 서른이 안 된 습작생이지만 신경숙 작가에 대한 애정 깊은 세대에 대한 이야기는 익히 들었거든요. 그보다 저는 20살 시절 마루야마 겐지의 글을 읽고 감탄했기 때문에 신경숙 작가님을 많이 원망했어요. 그에 대해 평론가님께서 남겨주신 코멘트는 시대를 관통하면서도 잃지 않아야 할 것을 통찰하는 글이었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 글 중에서는 역시 황정은 작가님의 에 관한 글이 좋았습니다. 어느새 저는 계간지가 나올 즈음이 되면 평론가님의 블로그에 들어와 평을 살피곤 하게 됐어요.

    저는 28살이 된… 나이가 무관하게 아직 한참 글쓰기로 어느 성취를 이루기에 먼 재능 없는 습작생이에요. 한 번도 심사평에 언급된 적이 없고 그렇기에 저 자신에게 끊임없이 의문을 가지곤 해요. 최근에 문학동네 소설상에 투고했지만 잘 될 것 같지는 않아요….

    그래서… 주제 넘게, 아무런 연고 없이 부탁드립니다. 혹시 제 글을 한 번 읽어주실 수 있으신가요. 저는 대학을 다니며 그다지 문예창작과 동인 활동에 힘쓴 것도 아니고, 교수님들께 가르침 받기 위해 열성적인 학생도 아니었고, 주위에 습작하던 문우들 대부분이 생업으로 시야를 옮겨 무척 외로웠습니다. 글에 대해 이야기할 문우가 적어 평론가님의 블로그를 엿본 탓도 있을 거예요.

    혹 바쁘셔서,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여 제 부탁을 들어주지 않으시더라도 저는 항상 평론가님의 블로그로부터 많은 것을 배워나가고 싶어요. 만약… 제 부탁을 들어주신다면 무척 감사할 것 같습니다.

    이만 줄일게요. 항상 멀리서 새 게시물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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