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형과 이영훈

개인적기억     연애의이면

 

 

어쩌다 보니 두 권씩 읽고 간략히 정리해 놓게 되었는데, 의도한 것은 아니다.

두 작가 모두 좋아하고, 거의 모든 책을 읽었지만 둘을 같이 놓고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새삼 의외로 공통점이 많다는 생각이다(이름도 묘하게 비슷하다).

은행나무에서 펴내는 노벨라 시리즈의 책은 중편 분량의 작품들인데, 단편이나 장편이 아니라 왜 중편이 따로 필요한지 정확히 알려주는 듯하다.

단편의 모자람과 장편의 과잉을 적절하게 해소하는 느낌이다.

이 시리즈의 1번 작가인 배명훈이 말했던 것처럼 작가에게는 중편 분량으로밖에 쓸 수 없는 이야기가 있을 수도 있겠다.

두 작가 모두 그런 이야기를 쓴 것 같다.

이들에게 SF적이라든가 장르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은 손쉽지만 촌스럽다.

두 작가 모두 이른바 ‘장르적 경험’을 두루 거친 작가이지만, ‘장르적 지향’을 가지고 있진 않다.

두 작가 모두 소설의 구성, 형식에 관심이 많으며 그것은 곧 소설에서 가능한 상상력의 문제이기도 하다.

 

<연애의 이면>은 중편치고는 분량이 상당하지만 순식간에 읽었다.

로맨스에 관한 거의 모든 판타지가 소설 속에 들어 있다.

인물들 간의 대화의 맛을 살리는 특유의 솜씨가 좋았다(한 템포 쉬고 말하기랄까).

반전을 가진 서사도 좋았다. 그러나 앞선 무수한 이야기들에서 조금 더 일종의 ‘전조’나 ‘암시’를 주었어도 좋지 않았을까.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연희의 선택은 갑작스럽고, 약간 의아하기도 하다(끝내 이해가 되긴 했다).

거의 전형적 악인에 가까운 유나, 상호, 엄마 등의 존재는 서사를 위해 그저 소모되어 버리지만 그 자체로 ‘소비할 만한’ 인물이기는 하다.

아주 긍정적인 의미로서의 킬링타임 소설.

 

<개인적 기억>은 짧은 소설이지만 한 30페이지쯤 넘어가야 속도가 붙는다.

그리고 그 속도가 붙으면 이 작가가 보여주는 흥미로운 시도에 놀라게 된다.

기억에 관한 이야기이고, 모든 것을 기억하는 지율이라는 인물에 관한 이야기다.

모든 것을 기억한다는 설정이 디테일을 담보하지는 않지만 그 경우 과거, 현재, 미래가 구별 없이 뒤섞일 것이라는 점은 명백하며, 이 작가가 그것을 소설의 형식에까지 적용해 이야기의 시점을 모호하게 만들고 있음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율은 어린 소년이기도 하고, 스무살 청년이기도 했다가 마흔이 넘은 중년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건 어떤 목적을 띤 순서가 아니라 말 그대로 그냥 기억이다.

그 기억 속에서 은유라는 인물과의 사랑이 많은 변화를 가져 오는데, “사연 있는” 인물이기는 하지만 은유의 매력이 충분치 못해서 좀 아쉽다.

‘지금’의 지율이 담담하게 자신을 통제하는 모습은 자못 감동적이기까지 한데, 그것은 결국 기억이라는 것이 결코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 아니라 끝내 잊히지 않았다는 것에서 오기 때문일 것이다.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