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 대산문화, 2015년 겨울호

<창작과비평> 2015년 겨울호

 

1. 성석제, 믜리도 괴리도 업시

아니, 성석제가 이런 소설을, 하고 놀랐다.

이 작가에게서 이토록 직접적인 퀴어 서사를 만나게 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자신의 장점인 ‘일대기’ 서사에 낡았지만 중요한 질문을 담았다.

성적 정체성 혹은 성적 취향 또 혹은 성적 관계에 있어, 중요한 것은 ‘사람’인가, ‘사랑’인가.

나에게 현수는, 현수에게 나는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단 하나의 ‘사람’이었다고 기억해 두고 싶다.

 

2. 은희경, 별의 동굴

9년째 박사논문을 쓰고 있는 46세 남성의 이야기가 가슴에 툭툭 와 닿지 않을 리가 없었으나 작가의 이름을 고려할 때 실패했다고 봐야 할 소설.

여러 가지 소재를 그럴 듯하게 버무렸으나 봉합의 흔적이 군데군데 보인다.

특히 제목으로 이어진 결말의 장면이 별 울림이 없다.

그나마 은희경이어서 이 정도로 수습한 게 아닌가 싶다.

 

3. 최진영, 하룻밤

아주 열심히 따라 읽던, 애정해 마지 않던 작가인데 최근 작품들은 예전에 비해 임팩트가 확실히 덜하다.

많은 고민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작가가 잘 이겨내길 바랄 뿐.

이 작품은 그런 대로 흥미롭게 읽었다.

끔찍하고 불행한 경험을 안고 매일 ‘하룻밤’만을 살아가는 ‘나’의 이야기에서 과장되지 않은 절망, 불안, 체념 같은 것들이 느껴졌다.

그의 밤은 언제나 이렇게 초라하게 흔들릴 것이고, 그 밤의 끝에서는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P의 차량을 매일 바라보게 될 것이다.

 

 

<대산문화> 2015년 겨울호

‘대산문화’는 사실 늘 챙겨 보는 잡지는 아니다. 그래도 (아마) 안정적인 재원을 바탕으로 여러 좋은 작가의 작품들을 싣고, 지원해 주는 것 같다. 단편소설은 이제는 거의 사라진 ‘삽화’와 함께 실리는데 그것대로 볼 만하다.

 

1. 정찬, 양의 냄새

이 작가가 최근에 <브로크백 마운틴>을 봤거나 히스 레저를 너무 사랑하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도박장에서 얼굴 표정 분석가가 슬픈 표정을 짓고 베팅하는 이에게 접근하는 장면까지 좋았다.

근데 그 사람이 히스 레저라니.

화자인 표정 분석가는 그냥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으로 일관한다.

그리고 히스 레저의 고백들은 굳이 그의 팬이 아니어도 알 수 있는,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삶의 이야기들이다.

<브로크백 마운틴>의 에니스, <배트맨>의 조커, 이 두 인물로 히스 레저를 그려내는 방식은 철이 이미 지났다.

 

2. 김금희, 새 보러 간다

이 소설의 첫 문장을 기록해 두고 싶다.

“김수정이 그동안 만난 사람 가운데 가장 이상한 남자는 윤이었다. 그녀는 필자 섭외를 위해 윤을 처음 만났다.”

이 얼마나 간결하고 정확한 문장인가.

나는 최근에 한국의 젊은 작가들에게서 이런 서술을 본 기억이 거의 없다.

김금희는 어차피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감출 것이 뭐가 있겠냐는 식으로 차곡차곡 디테일을 쌓아 나간다.

이 작가가 그려내는 인물들, 현실의 풍경들은 우리 세대의 리얼리스트로 불러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장면들이 꽤 있었고, 대화의 맛도 굉장하다.

최근 들어 더욱 왕성해진 이 작가는 확실히 어떤 수준에 올라선 것 같고, 10년 전쯤의 김애란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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