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문학>이 이번 겨울호를 끝으로 종간한다.
민음사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문예지를 올해 여름쯤 창간한다는데 이름은 아마 바꿔서 시작하지 않을까 싶다.
예전에는 3대 계간지 하면 ‘창비, 문사, 세문’이었는데, 그 시절은 벌써 지나갔지만 그래도 손꼽힐 만한 잡지가 이렇게 훅 사라진다.
그 일의 처음에 서 있던 이응준의 소설이 <문예중앙>과 <세계의문학>에 각각 한 편씩 실려 있다.
<문예중앙> 2015년 겨울호
1. 이응준, 소년을 위한 사랑의 해석 (문예중앙) / 그림자를 위해 기도하라 (세계의문학)
그 고발(?) 이후로 아마 <현대문학>에 소설을 한 편 정도 발표했던 거 같은데 그 때랑 느낌이 좀 다르다.
나에게 이응준은 적어도 ‘문학적’으로는 별로 흥미를 주는 작가가 아닌데, 그것은 아무래도 올드함에서 오는 것 같다.
촌스럽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듯하나, 어쩔 수 없어 보인다.
여기 두 소설은 예상했던 대로 연작인데, 예의 전작들과는 조금 느낌이 다르지만 내가 감지한 그 특유의 올드함은 그대로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하나만 언급하자면 지나치게 설명이 많다.
충분히 상황을 이해해서 다음으로 넘어가야 할 순간에 그걸 굳이 붙들고 늘어지는 경우가 제법 있다.
이 소설의 인물들이나 사건이 흥미롭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뿐, 많은 묘사나 설명이 새로움을 더해주지 않을 뿐더러 그나마 있던 흥미도 사라지게 만든다.
이 연작은 몇 차례 이어질 것 같은데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지는 못할 것 같다.
2. 박금산, 아내를 창밖으로 던져버린 사내
작가의 이름이 낯선데, 꽤 활동하신 분이다.
2001년에 이 잡지로 등단해 몇 권의 소설집과 장편을 냈다.
최근에는 아마 좀 뜸했던 게 아닐까 싶은데, 나쁘지 않게 읽었다.
눈에 띄는 것은 이야기를 배치하는 스킬이다.
시간순도 역순도 아닌 서사의 ‘화소’ 혹은 그냥 작가의 ‘감각’에 따라 구성했다고밖에 할 수 없는 짜임새가 끝까지 긴장감을 가지고 소설을 읽게 했다.
아이의 죽음으로 인해 무너져가는 한 남녀를 그리고, 결국 남자가 아내를 창밖으로 던졌다는 이야기인데 아주 중요한 인물인 ‘노인’이 별로 매력적이지 않았던 것 같아 아쉽다.
<세계의문학> 2015년 겨울호
1. 임현, 목견
한 달 전쯤 급히 읽었어야 했는데, 왜 그때는 이렇게 좋은지 몰랐나 싶다.
이번에 다시 읽었는데 흠잡을 데가 없었다.
서술 방식이 흥미로운 것은 물론이고, 주인공을 둘러싼 몇 개의 사건들이 겹쳐 “그때 무엇을 보았는지 제대로 모른다”는, 보았다는 것과 확신한다는 것, 같은 것과 다른 것, ‘보통’이라는 것 등 여러 질문에 대해 폭주하듯 따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아쉬운 것은 제목이다.
목견은 아마도 눈으로 보았다는 뜻일 것이다.
왜 굳이 이 단어를 가져와야 했을까. 그냥 ‘목격’이라고 했다면 더 뚜렷이 남지 않았을까.
2. 김세희, 감정 연습
재미 있는 장면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것은 너무 소설적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소설적’이라고 할 수 있는 몇몇 에피소드들, ‘소설적’이라고 할 수 있을 인물들, ‘소설적’이라고 할 수 있을 공간이 모여 어떤 실감을 주지 못한 것 같다.
상미라는 주인공의 처지가 썩 와 닿지 않고, 그러니 이 인물이 느끼는 ‘감정’의 변화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제목도 그다지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