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엄지, 주말, 출근, 산책 : 어두움과 비(민음사,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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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엄지의 첫 장편소설이다.

소설집 <미래를 도모하는 방식 가운데>를 좋게 읽었는데, 아직 단편 체질의 작가인 듯하다.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다.

E라는 인물이 주말을 보내고, 출근하고, 산책을 하고, 어둠과 비를 맞는다.

정말이지 이게 전부다.

그리고 늘 밥을 먹는다.

동료들과 적당한 메뉴를 골라 점심과 저녁을 기계처럼 해결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우리의 일상과 너무도 닮아 새삼스럽다.

내내 암울하고, 착잡하고, 답답한 마음으로 소설을 읽어내려 갔고 끝내 개운치 않았다.

“출근길에 E는 출근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결심하고 나자 곧 뿌듯해졌다”는 마지막 문장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김엄지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철저한 서사적 컨트롤도 좋았다, 초반까지는.

후반부로 접어들어 꽤 많은 사건들이 벌어지면서 특유의 매력이 상쇄되어버린 느낌이다.

아주아주 드라이하게 끝까지 달렸으면 어땠을까.

한 편의 장편소설을 완성하는 일은 그만큼 어려운 것 같다(그렇게 길지도 않지만).

그리고 이런 방식의 서사라면 이제는 꽤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

황정은이나 최진영이나 김사과나 박솔뫼가 아니라 김엄지를 읽어야 할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덧. 43쪽에 ‘주었던 종이’는 너무 심각한 오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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