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중앙>, 2016년 봄호
1. 양선형, 종말기 의료
★★★
어떤 걸 의도했는지는 어렴풋이 알 것 같다.
그런데 읽으면서 계속 생각했다.
이걸 새로운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까.
머릿속에 계속 이 이야기의 이미지를 떠올렸는데, 영상이라면 훨씬 전위적이었을 것 같다.
아무튼 시작과 끝은 있으나 나아가지 않는 소설이다.
불구의 ‘그’와 그를 돌보는 ‘그녀’는 팽팽한 긴장감과 모호한 세계 속에서 독특한 ‘관계’를 형성해가는데,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좀 든다.
골라 쓴 티가 역력한 단어와 문장들이 속으로 와 닿지 않고 그냥 튕겨져 나간다.
2. 민병훈, 임무위스키
★★☆
작년 <현대문학> 12월호에 실렸던 <붉은 증기>보다는 좀 나은 듯하다.
그러나 또 느끼는 것인데, 이 작가의 이야기는 잔뜩 힘이 들어가 있지만 왠지 단조롭다.
상관의 시체를 운반하는 부하와 운전기사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단조롭지는 않은데 말이다.
의도적으로 맥락과 앞뒤를 다 소거해버린 자리에 사유와 묘사를 가득 채워 넣으면 세련된 소설이 된다고 믿는 걸까.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 작가가 보여주는 것 같다.
<종말기 의료>와 <임무위스키>, 이 두 작품 간의 일종의 교호(交互) 역시 작위적인 느낌만 줄 뿐, 감흥이 없다.
<자음과모음>, 2016년 봄호
1. 윤후명, 백남준, 호랑이는 살아 있다
★
제발 좀 그만 하시라고 몇 번이나 외치고 싶던 소설.
도대체 한국의 노작가들은 왜 자꾸 수필을 쓰나.
자기가 쓰면 모든 끄적거림이 그냥 소설이 된다고 믿는 거 같은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웬 자기 인용은 이렇게 많은지.
일관성조차 없는 그냥 산문이다.
팬서비스라면 팬들에게만 하시길.
2. 김이설, 갑사에서 울다
★★★☆
아이를 잃은 엄마의 이야기다.
요즘 꽤 많이 보이는데, 아무래도 세월호를 계속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김이설답게, 아주 절절한 고통이다.
최근 작품집인 <오늘처럼 고요히>에는 들어가지 않은 신작 소설인데, 판단이 사실 좀 어렵다.
남편의 비정함과 무심함이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그렇다.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그게 ‘현실’이 아닌가.
남편이라는 인물을 성공으로 보느냐, 실패로 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작품이 될 것 같은데, 아직 모르겠다.
3. 최은미, 눈으로 만든 사람
★★★★
최은미는 참 독특하게 강렬하다.
지옥 동화를 쓰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약간 업그레이드가 된 것 같은 소설.
몸과 피에 관한 뜨거우면서도 서늘한 이야기다.
결국 섹스로 이루어진 혈연이라는 게 얼마나 끈질기고 지독한지, 잘 보여준다.
도입부가 조금 별로인 게 흠이지만, 결말은 아주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