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 문예중앙, 2016년 여름호

창작과비평, 2016년 여름호

 

창비는 의욕적으로 무언가를 기획하고 있는데, 글쎄 잘 모르겠다.

“한국문학, ‘닫힌 미래’와 싸우다’에 실린 글들은 구구절절 다 맞는 말인데, 그냥 그 얘기하려고 작품을 아무렇게나 끌어들인 느낌이다.

신샛별 평론가의 ‘한강론’은 다분히 ‘시의적’인데,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로 한강을 좁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바람이 분다, 가라>나 <희랍어 시간>, 그리고 꾸준히 써낸 단편집들을 두루 살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아무튼 소설을.

 

 

조갑상,  병산읍지 편찬약사, ★★★☆

 

장점도 확실하고, 단점도 확실한 소설.

이념적 경도라는 것이 얼마나 손쉽게 일어나는지를 바로 보여준다.

서사를 치고나가는 리듬이 과감하고, 사건의 ‘전’, ‘후’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장점.

‘그냥 그런 거야’라는 식의 허망한 결론은 단점.

필자인 이규찬 교수가 글을 퇴고, 수정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정미경, 새벽까지 희미하게, ★★★★

 

약간 익숙한 이야기이긴 한데, 디테일이나 시의성 면에서 주목할 만했다.

정미경 특유의 ‘강남’으로 대표되는 속물성을 표현한 부분도 곳곳에 있고, 회사, 특히 IT계열 애니메이션 직종에 대한 자료조사도 치밀했던 것 같다

어쨌든 여기가 ‘헬’만은 아니라고, 꽤나 섬세하게 쓰고 있는데 ‘이런 위로라도 있어야지’ 싶다가도 ‘아무것도 모른다’라는 생각도 문득 들고 그랬다.

 

 

박사랑, #권태_이상, ★★★

 

작가 자신의 경험이 반영되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데, 또 자전소설이라 보기는 어려웠다.

무슨 의도로 썼는지는 대충 알겠다.

해쉬태그로 명명되는 이 세대의 세계 인식을 약간 비틀면서 솔직하게 자기 고민을 써보겠다는 의지.

쓸데없는 문학적 자의식은 내다버리고 그냥 막 써버리자는 태도.

하지만 그런 의도가 성공적으로 구현되지는 못한 거 같다.

완성도가 떨어져 보였고, 단순하게 소환되는 문학 텍스트들은 서사의 맥락과 거의 무관해보였다.

 

 

권여선, 당신이 알지 못하나이다, ★★★★☆

 

만점을 줘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을 했는데, 그간 발표되었던 권여선의 단편들, 그러니까 <안녕 주정뱅이>에 실린 몇몇 작품을 생각하면 ‘완벽’하지는 않다고 결국 생각했다.

이 작가는 어쩌자고 이런 작품을 줄줄이 써내는 걸까.

문학적 깊이라는 게 무엇인지, 리얼리티가 어떤 것인지 그야말로 작품으로 보여준다.

이야기를, 인물을, 사건을 구상하고 상상하여 쓰는 것이 아니라 어디서 ‘보고와서’ 쓰는 듯한 느낌.

압도적이라는 생각이 들고, ‘중편’이라는 길이도 결국 적절했다는 생각이다.

이창동의 <밀양>과 <시>를 합쳐 놓은 듯한, ‘신’과 ‘시’의 거리를 가늠하는 절절한 소설.

 

 

 

문예중앙, 2016년 여름호

 

발 빠르게 데보라 스미스의 인터뷰를 실었다.

“독립잡지와 독립출판”이라는 특집이 흥미로웠다.

이제 정말 무시할 수 없는 영역이 된 것 같다.

소설은 두 편이 실려 있는데, 공교롭게도 2010년에 문학과사회로 공동 등단한 두 작가의 작품이다.

 

 

김엄지, 예지5, ★★★★☆

 

일종의 자기반복 아닌가 생각했었는데, 이제 김엄지가 쓰고 있는 방식에 조금 수긍하게 된다.

어차피 세계는 반복이라는 것, 소설도 마찬가지이고, 그 가운데 약간의 차이만이 미세하게 있을 뿐이라는 것.

이전 연작과는 인물이나 시점이 약간 달라져 있기도 하고, 한 편의 단독적인 작품으로도 큰 손색은 없어 보인다.

이 단순한 이야기가 어느새 다채로워진 느낌.

 

 

윤해서, 우리의 눈이 마주친다면, ★★★★☆

 

너무도 좋았다.

그래 이게 소설이, 문학이 줄 수 있는 감응이구나 싶었다.

누군가 ‘그리움’에 관한 소설을 찾는다면 대번에 안겨주고 싶은, 읽는 내내 물기 가득한 마음이었다.

쌍둥이라는 설정부터 ‘오빠’의 죽음 이후의 순간까지 어느 것 하나 허투로 쓰이지 않았다.

이야기의 형식과 내용이 이렇게 만나야 진짜 ‘문학’이 된다는 좋은 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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