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 창작과비평, 2016년 가을호

<문학동네>는 읽을 게 너무 많아서, <창작과비평>은 읽을 게 너무 없어서 탈이었다.

문동의 ‘한강’이나 ‘박찬욱’ 대담은 그 자체로 재밌었고, ‘악’이나 ‘페미니즘’ 같은 특집도 도움이 많이 됐다.

창비는 문학 관련 글이 너무 적었는데, 뭐 따로 잡지를 하나 만든다고 하니.

두 잡지 모두 신인상을 뽑았다.

평론 부문은 자주 그랬듯 당선자가 나오지 않았고, 시와 소설에서 각각 한 명씩 ‘등단’했다.

 

<문학동네> 2016년 가을호

1. 윤대녕, 경옥의 노래, ★★★☆

윤대녕 소설이라는 건 알겠는데, 좀 평범했다.

상욱과 경옥의 만남과 이별에서 약간 감동적인 장면들이 없지 않았으나 익숙한 설정이어서 대체로 심드렁했다.

이번 계절에 유독 이런 서사가 많아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2. 강영숙, 어른의 맛, ★★★

이상한 소설이었다.

승신과 호연의 밀회에 관한 이야기로 흐를 듯 하더니, 옛 친구 수연에 관한 이야기가 잔뜩 이어졌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지는 알겠다.

‘미래를 약속’하는 내연 관계의 남자와 자신의 남편과 자신의 옛 친구 모두를 생각하며 그게 과연 좋은 일일까, 고민하는 것.

어른스럽다는 것, 어른이 된다는 건 무엇일까 하는 질문.

그런 고민과 질문을 감당하기에 이 이야기는 너무 약하다.

 

3. 김사과, 이천칠십X년 부르주아 6대, ★★★★

김사과다우면서 김사과답지 않은 소설.

부의 세습이 6대로까지 이어진 207x년의 한국 사회를 그리고 있다.

유쾌하면서도 환멸이 느껴지고, 쉽게 쓴 듯 하지만 가볍지만은 않았다.

그런데 뭐랄까, 김사과에게 기대하는 어떤 파괴적인 힘이 좀 아쉬웠다.

 

4. 김남숙, 파수, ★★★★☆

등단작인 <아이젠>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던 기억인데, 최근에 발표한 소설들이 다 좋다.

지난 번 악스트의 <자두>(?)도 그랬고 이 소설도, 완전히 세계로부터 괴리된 어린 인물들에 대해 꽤 깊이 들여다보고 있는 느낌이다.

질척이고 끈적대는 삶에 관해서 황정은이나 최진영 못지 않은 ‘응시’가 보인다.

다음 소설이 기대되는 젊은(1993년생) 작가.

 

5. 박상영, 패리스 힐튼을 찾습니다, ★★★★

신인상 수상작.

소설가로서의 재능이 있어 보이는 막힘없는 솜씨.

아무런 망설임 없이,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었다.

세태를 들여다보는 시선, 문장의 리듬과 어휘의 선택, 시점의 이동 등 잘 단련된 느낌.

그런데 이런 소설을 늘 쓰기란 진짜 어렵다.

게다가 우리 세대의 이야기라면, 더 어렵다.

다음 작품이 어떨지가 제일 궁금한데, 만약 이런 식의 소설을 계속해서 써낸다면 박민규나 김영하, 천명관이나 이기호와는 또 다른, 우리 세대의 이야기꾼이 탄생하지 않을까 기대도 된다.

 

 

<창작과비평> 2016년 가을호

1 . 정화진, 기억하나요, ★★☆

올드한 로맨스 소설인데, 개연성도 떨어지고, 공감도 어렵고, 깊이도 얕다.

한때를 지나온 노년의 회한은 그러려니 해도 이런 식의 ‘로망’은 작가 자신에게만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

 

2. 기준영, 조이, ★★★★

절제가 잘된 소설이랄까.

아주 소설 같은 일인데 소설 같지 않게 썼다는 느낌이다.

이 헤어진 자매의 재회가 드라마틱하게 그려졌다면 그저 그런 소설로 남았을 텐데, 윤재와 문정의 감정, 그리고 그 감정을 드러내기 위해 쓰여진 소재들이 아주 ‘리얼’했다.

 

3. 이주혜, 오늘의 할일, ★★★

신인상 수상작.

무난했다는 느낌이고, 익숙한 이야기였는데 이 소설이 가장 좋은 작품이었다니 의외다.

세 자매가 아버지의 죽음 이후, 정확히는 49재 날 공원에서 예전 일들을 회상하며 일어나는 에피소드.

권여선도 떠오르고 황정은도 생각나고 ‘바닷마을 다이어리’도 기억나고 아무튼.

안정적이라는 느낌은 그래도 있는데, 또 뭘 쓸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4. 김엄지, 비오는 거리, ★★★☆

여전히 나는 중편이라는 장르가 좀 어색한데, 이 소설은 특히 그랬다.

<예지> 시리즈나 <주말, 출근, 산책: 어두움과 비> 같은 장편은 맞는 옷 같았는데, 이 소설은 아쉽다.

김엄지 특유의 문장, 그러니까 작가의 가치판단이 전혀 개입되지 않는 건조한 묘사와 인물의 사유가 계속해서 이어지는데, 좀 지친다는 느낌을 받았다.

‘비오는 거리’라는 설정도 생각보다는 활용도가 높지 않았던 것 같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미로운 장면들은 꽤 많았다.

그래서 더, 이 길이가 아쉽다.

 

 

 

 

 

 

3 Responses

  1. 정운지

    평론가로 등단하셨나요? 평론가로 등단하지 않으셨으면 독자가 선입견을 갖지 않도록 비공개로 설정해서 혼자만 즐기시기 바랍니다.

  2. 정운지

    그리고 평론가라면 인과관계로 말씀하시기 바랍니다. 막연하게 당신만 아는 과거는 그랬는데, 역시 당신만 아는 현재는 이렇다. 이런 식은 곤란하지 않겠어요? 작가가 불멸의 나날을 포갠 대가가 소설로 발현한 것인데, 불멸의 나날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인과관계로 작가와 독자에 대한 예의를 차려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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