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희, 『1004번의 파르티타』, 문학동네, 2016

(계간 <문학동네> 2016년 겨울호 “선택” 원고의 일부입니다.)

 

1004

 

작가의 첫 소설집이다. 신춘문예 2관왕이라는 후광이 아니더라도 잘쓰는 작가임에 틀림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하나의 단편소설을 구상하고, 솜씨 있게 완결짓는 감각은 흠잡을 데가 없어 보였다. 특히 각 작품의 도입부가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써야 독자들이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또 어디에서 이야기를 잠시 멈추어야 하는지, 어느 정도까지 구체적으로 묘사해야 하는지도 분명히 인식하고 있는 듯했고, 그래서 서사의 리듬과 밀도가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러웠다. 이 작가는 예술가로서의 소설가라기보다 직업인 혹은 장인(匠人)으로서의 소설가에 가까워 보이고, 전문 분야는 ‘스무살을 전후한 주인공의 출렁이는 감정과 이를 통한 성장’인 것 같다. 「선긋기」, 「오빠」, 「1004번의 파르티타」 등의 작품이 그런데, 마치 그 일들을 직접 겪었던 것처럼 묘사가 생생하고 공들인 문장이 많다. 또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가 대표적인데, 생채기나 흉터로 가득한 몸에 대한 시선도 작가가 관심을 두고 있는 부분인 것 같다. 하지만 이 소설들 정도였다면 굳이 선택하지 않았을지 모르겠다. 작가의 ‘이후’를 기대하게 만든 것은 「1교시 언어이해」와 「꿈꾸는 리더의 실용지침」이었다. ‘문제’와 ‘지침’을 활용해 이야기를 풀어가는 형식적 흥미로움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두 작품 모두에 등장하는 ‘이우리’라는 인물과 그를 둘러싼 ‘회사’가 형성하는 묘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블랙코미디 같기도 하고, 부조리극 같기도 한 그 희한한 이야기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