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문학동네> 2016년 겨울호 “선택” 원고의 일부입니다.)
사실 김중혁의 최근 작품들이 평단으로부터, 또 독자들로부터 고른 지지를 받았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문학과지성사, 2014) 같은 장편이나 『가짜 팔로 하는 포옹』(문학동네, 2015)에 수록된 단편들은 김중혁이라는 소설가에 대한 기대감을 충분히 만족시켜 주지는 못한 것 같다. 다만 에세이스트로서의 김중혁,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김중혁, 북 리뷰어로서의 김중혁은 기대 이상이었고 그가 가진 다방면의 재능을 증명하기에 충분했는데, 사실 독자들이 늘 기다린 것은 소설가로서의 김중혁이었다. 그래서 이번 작품은 그가 다시 진짜 소설가의 자리로 돌아온 느낌이어서 우선 반가웠다. 아버지가 달랐지만 어머니는 같았던 두 형제, 이일영과 송우영이 우주와 무대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펼쳐내다가 그 이야기를 통해 만나는 이 소설은, 그것이 만약 ‘좋은 이야기’라면 소설을 평가하는 여러 잣대가 그다지 유효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의 시간과 공간이 헐거워도, 인물들의 관계나 사건이 작위적이어도 끝내 마지막까지 눈을 뗄 수 없으며, 어떤 순간 코 끝이 시큰거리고 마음이 먹먹해졌다가 또 한없이 따뜻해질 수 있다면, 결국 그런 이야기야말로 좋은 소설이 아니겠느냐고, 이 작품을 읽고나면 주장하고 싶어진다. 어쩌면 아주 오랜만에 ‘한국소설’을 읽을 때의 부담, 즉 우리가 속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계속 의식하게 되는 현실에 대한 무거운 짐을 잠시 내려 놓고 작가의 ‘농담’ 같은 세계로 정신없이 빠져들었기 때문에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우리가 기다리던 김중혁이 돌아온 것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