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3, 2018년 1호 / 한국문학, 2018년 상반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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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3> 2018년 1호를 읽었다.

대체로 짧은 분량의 소설을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에게 할애하는 방식이기는 하지만, 이번에는 유독 낯선 작가가 많았다.

 

1. 김정아, 감독판  ★★☆

소설집 <가시>로 작년에 신동엽문학상을 받은 작가이다.

영화 쪽에서 오래 일을 했고, 인권운동을 계속 해오다가 최근에 소설을 쓰기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니 “매년 겨울이 되면 암스테르담에서 열리는 다큐멘터리 영화제에 갔었다”는 첫 문장은 심상하게 읽히지 않았다.

어떤 방식으로 소설을 쓰는지는 익히 알고 있고, 그 방식이 탁월하다고는 생각지 않지만 본인이 아주 잘 알고 있는 필드에 관해 쓰겠다면 기대감을 갖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보호감호제’에 대한 철페 운동이 벌어지던 2000년대 초반 정도를 다루면서 그 과정을 다큐 영화로 만들어가는 모습으로 채워진다.

그런데 제작자인 ‘나’를 비롯해, ‘류감독’, 특히 ‘이남수 선생’ 모두 피상적으로 그려지고 있고, 영화 <감옥일기>를 둘러싼 일련의 에피소드들도 인상적이지 않다.

결정적으로 왜 지금 2005년에 폐지된 보호감호제에 대해 이야기 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나름대로 찾아본 결과 이 제도는 철폐되었지만 당시 구금 중이었던 사람들(50여명)은 ‘황당하게도’ 아직 남은 기간을 채우고 있다는데, 이런 언급은 소설에서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이 소설은 청송 보호감호소와, 보호감호제라는 악법에 대한 환기 정도로만 그치는 것 같다.

 

2. 나일선, Karmic castle  ★★☆

시도 자체는 흥미롭고 의미 있어 보였다.

미술 전시공간을 둘러보면서 각각의 작품에 관해 서술하고, 그것을 다시 전체 서사의 흐름으로 가져오는 것.

2017년 6월에 있었던 아티스트 강현우의 개인전이 이 소설의 모티프가 된 거 같기도 하다.

그런데 예술을 통한 꿈의 텍스트를 표방하기에는 어설픈 점이 너무 많이 보인다.

이 분량이라면 좀 더 밀도 있게 썼어야 하고, 그게 아니라면 이보다 방대하게, 품을 좀 늘렸어야 할 거 같다.

“나는 이것이 내가 꾸는 꿈이라기보다는 공간이 꾸고 있는 꿈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는 마지막 문장을 ‘전시’라는 행위에 대한 언급으로 생각한다면, 이 작가는 ‘소설’이 아니라 ‘퍼포먼스’에 더 관심이 있어 보인다.

 

3. 윤성희, 듣고 싶은 말  ★★★

이 지면에서 유일하게 낯익은 작가이고, 여전히 윤성희표 소설이어서 특별히 덧붙일 말이 없다.

가족 구성원만이 나눌 수 있는 고통과 상처, 그리고 위안 같은 것들이 이 짧은 소품에서도 가득하다.

다만 ‘나’의 아홉 살 기억으로 돌아가 ‘듣고 싶은 말’을 듣기까지의 과정이 좀 서두르는 느낌이 있고, 도식적인 측면도 있다.

제목으로도 ‘아홉 수’가 낫지 않았을까.

 

4. 이해준, 팔찌  ★★★

난임 부부의 단면을 보여주는 소설.

시험관 아기 시술의 과정이 그려지는데 훨씬 더 디테일하게 썼다면 어땠을까 싶다.

하나의 스케치 정도로만 여겨지는 장면이 많았다.

아내인 ‘은겸’이 남편인 ‘재호’에게 느끼는 복잡한 마음이 조금 더 드러나는 것도 좋았겠다.

이런 일에 있어서 여전히 방관자이지만 그래도 유일한 동반자인 남편의 존재가 소위 페미니즘 서사를 풍성하게 만들 수 있을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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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은 반년간 체제로 바뀌면서 주목도가 너무 떨어지는 것 같다.

새로운 기획이나 시도 없이 그저 같은 체제로 횟수만 절반으로 줄인 것인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어찌 되었든 대부분의 문예지들과 함께 계절에 맞추어 출간되지 않으면 어정쩡해지는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애초에 그렇게 출반한 <쓺>은 조금 다르겠지만)

아무튼 다섯 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1. 강영숙, 곡부  ★★☆

실종된 부하 직원을 찾으러 중국 지난으로 떠난 과장 ‘진석’의 이야기이다.

서술이 좀 산만하고 인물의 형상화가 성공적이지 못했던 것 같다.

‘정대리’의 실종도, ‘진석’의 방황도 전혀 공감이 안 된다.

‘곡부’와 ‘공자’가 동원되어 이야기의 깊이를 확보해 보려는 시도도 실패라고밖에 볼 수 없겠다.

결말도 흐지부지 마무리되는 것에 가까워서 특별한 인상을 주지 못한다.

<문학과사회> 봄호에 실린 <더러운 물탱크>라는 짧은 소설도 거의 비슷한 문제를 안은 것으로 읽혔다.

 

2. 김유진, 음의 속성  ★★★

피아노 조율사의 이야기.

피아노라는 악기, 조율사라는 직업과 삶 등은 나름대로 흥미롭게 읽혔다.

그러나 피아노가 본래 타고 나는 소리가 있다든가 그 음의 속성 같은 것들은 결국 인간이라는 존재와 연결되는데, 그렇게 보면 별로 특별할 게 없었다.

안과를 방문하는 이야기도 불필요해 보였다.

다만 스승인 ‘송선생’ 캐릭터가 인상적이었다.

그 외에 ‘이영’의 가족, 연인이었던 ‘승희’ 등은 그다지 매력이 없었다는 것도 단점이다.

 

3. 이영훈, 새의 무늬  ★★★

하루키풍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겠지만 뭔가 일본 단편소설 같은 느낌으로 읽었다.

무력하게 어머니의 집에 얹혀 살면서 집안일을 하고 커피숍, 도서관을 전전하는 일상을 사는 남자의 이야기여서 그랬을지 모르겠다.

‘새’에 대한 과거 연인과의 에피소드로 시작하는 서두가 썩 매력적이지 않아서였을까.

이후로 이어지는 두 아이와의 만남, 친구의 장례식장 방문 등이 너무 우연적으로 읽혔다.

물론 그 친구가 “애인이었던 여자가 나를 자기 집에 데려갔던 얘기” 운운할 때 ‘아, 예전 소설인 <구니스>랑 이어지는구나’ 하면서 이야기가 확장되는 느낌을 받긴 했지만 ‘새-여자친구-어머니-아이들-친구-친구 아버지-나’로 이어지는 연결은 무리라는 생각이다.

이 작가에게 ‘부모’라는 존재는 어떤 순간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이 서사의 설득력을 좀 떨어뜨리는 원인이 아닐까.

인물 간의 대화가 작위적이라는 단점도 있다.

 

4. 표명희, 동東조선 이야기 ★★

아주 많은 것들이 들어 있는 소설인데, 어떤 것도 매력적으로 남지 않는다.

특히 ‘선아’의 삶은 전혀 설명되지 않고 있어서 이 일본 여행에 공감하기가 어렵다.

사촌과의 만남을 통해 보여주는 재일 교포의 삶과 그 기억은 특별할 것이 없고(동조선이라는 표현도 별로 효과적이지 않다) 70대의 노인(사촌)과 50대의 그녀(선아)가 이어가는 이야기라기에는 여러 가지 설정이나 톤이 미묘하게 안 맞다.

장면 전환이 갑작스럽고 주인공을 ‘그녀’라고 했다가 ‘선아’라고 하는 등 서술도 좀 정리가 안 된 느낌이다.

무엇보다 결말이 뜨악한데, 갑자기 스릴러인가 싶은 분위기를 풍기다가 또 단숨에 마음을 가라앉히는 이 장면이 어떤 식으로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5. 한유주, 왼쪽의 오른쪽, 오른쪽의 왼쪽  ★★★★

왼쪽 오른쪽 혹은 왼손 오른손 등의 표현은 한유주 소설에서 워낙 많이 봤던 것이라 또 그런 이야기를 쓴 것인가 했는데 의외로 기억과 순간, 즉 시간에 관한 이야기이자 폭력과 죽음의 관한 이야기였다.

자살하기 사흘 전 ‘나’에게 전화를 걸었던 후배 ‘너’를 포함해 십이 년 전 파리에서 함께 여행을 했던 기억이 소환된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워 하는 장면, 자동차 유리에 눈이 얼어 있고 그 눈에 녹아 얼음물로 흘러내리는 장면, 지하철 승강장 맞은 편으로 던졌던 열쇠가 선로에 떨어져버린 장면, 그리고 파리.

이런 장면들 틈으로 끼어드는 것은 “나는 지금 머리채가 잡혀 있어”라는 문장이다.

‘이 자’에게 폭력을 당하는 위태롭고 급박한 순간에 ‘나’의 머릿속을 휘젓는 이야기가 이 텍스트이다.

이 순간, 단말마, 주마등이라는 표현. 내 입을 막은 청테이프. 떨어져 있는 칼.

어쩌면 이 순간이 ‘지금’인 것은 이후의 시간이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마치 프랑스어의 전미래의 시제처럼 텍스트에서만 존재할 수 있을 것 같은 시간.

딱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이 자’의 폭력(살인)이 왜 벌어지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그래서 더 막연한 공포와 끔찍함을 느끼게도 하지만 약간의 힌트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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