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사회, 2018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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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사 봄호를 읽었다.

이것저것 읽을 것이 많았지만 무엇보다도 하이픈 별책에 실린 비평가 특집이 재미있었다.

범박하게 보아 ‘영향력’의 측면에서 이 4명의 비평가가 선정된 것 같고 질문과 대답 모두 흥미로웠다.

시보다는 소설에 가까운 평론가들이 대부분이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나도 잘 몰랐는데 이 비평가들이 각자 얼마나 고투의 시간들을 보내 왔는지 새삼 알게 되었다.

그 뒤에 실린 평론가들의 글들도 무척 흥미롭게 읽었다.

제8회 문지문학상은 백수린의 <여름의 빌라>가 받게 되었다.

작년에 발표된 무수한 작품 중에, 또 이 작가의 다른 작품과 비교해도 그렇게 탁월한 성취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는데 특별한 이견 없이 수상작으로 결정되었다는 데 좀 놀랐다.

장점만큼이나 단점도 확실한 작품이라고 생각했고, 심사위원들의 평에서는 의견이 꽤나 엇갈렸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책이 나오면 다시 한 번 읽어 봐야겠다.

소설은 총 다섯 편이 실려 있고, 두 편은 짧은 소설이다.

 

1. 김경욱, 돼지가 하는 일  ★★★☆

인터내셔널 택시를 운행하는 최원배와 콜롬비아에서 온 기자이자 소설가 산체스의 이야기.

이 작가는 <양들의 역사>라는 작품에서 일본인인 척 하는 손님과 일본어로 대화를 나누는 택시 기사의 이야기를 쓴 적이 있는데 구조나 진행이 거의 비슷하다.

특히 기사가 한국전쟁을 경험한 세대라는 것, 이 세대가 어쩔 수 없이 획득한 외국어 능력으로 인해 한반도를 바라보는 안과 밖의 시선이 공존한다는 것이 그렇다.

연평도 포격이 있었던 2010년 11월 말 정도가 배경인 것 같고, (아무래도 기자임을 가장하고) 소설 취재차 방문한 산체스를 판문점으로 데리고 가는 이야기이다.

이 과정에서 부각되는 것은 세대론적 갈등이다.

소설은 최원배의 목소리로 전달되고 작가는 의뭉스럽게 아무런 판단도 내리고 있지 않지만 역사에 집착하는 꼰대와 역사에 무감한 청년 세대 양쪽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 같다.

자유로를 타면서 국경 부근에 출판단지가 있다는 말에 “어메이징, 펜 이즈 스트롱거 댄 건!”이라고 산체스가 말하는 장면이나 출판단지 에디터들이 “북한 잠수함보다 잠수 타는 남한 필자가 더 무섭죠.”라고 얘기하는 장면 등 재미 있는 부분이 없진 않았으나, 단점이 많다.

설정상 어쩔 수 없었겠지만 미국에 있는 딸과 손녀의 존재는 별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소녀시대의 ‘다시 만나 세계’가 단순히 유행가로 등장하는 것도 어떤 의도인지 알 수 없어 의아하다.

김경욱이니까 또 완전히 다른 작품들을 써내겠지만 비슷한 전작을 고려하면 이 작가의 관심사가 역사의 문제에서 세대 갈등 쪽으로 집중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려면 최원배가 젊은 세대에게 ‘병신’이라는 소리를 들은 이후가 무엇보다 중요할 텐데 결말이 사실 좀 힘이 빠진다.

2010년이라는 시간적 배경을 고려했을 때 인물의 태도나 대화, 또 갈등 상황이 미묘하게 들어맞지 않는다는 생각도 든다.

“돼지가 하는 일에는…”이라고 시작한다는 콜롬비아의 속담도 지인을 동원해 알아본 결과 특별한 게 없는 것 같아서, 어떤 의미로 이토록 중요한 역할을 부여했는지 모르겠다.

 

2. 편혜영, 화요일은 지나갔어  ★★★★

어떻게 이렇게 소설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통제하면서 쓸 수 있는지 모르겠다.

채무에 시달리게 되어 인생이 완전히 망가져버린 두 인물, ‘나’와 ‘우지’에 관한 이야기이다.

좋은 소설이 늘 그렇지만 도입부의 흐릿했던 장면들이 서사가 진행될수록 안개가 걷히듯 명쾌해진다.

두 인물이 너무도 생생하게 살아 있고, ‘나’의 목소리가 상당히 독특하다.

아마도 가장 작고 허름한 고시원에서 그 방을 결코 나가지 않은 채 삶을 보내고 있는 ‘나’의 톤은 비관도 희망도 없이 그저 가만히 시간을 보내는 목소리 그 자체이다.

아무런 해결도 이루어지지 않는 결말도 장점으로 읽혔다.

다만 제목이 왜 ‘화요일은 지나갔어’인지 잘 모르겠는데, 금주 87일째라는 날을 강조하는 ‘우지’와 날짜 감각이 전혀 없는 ‘나’가 지금 만난 날이 아마도 화요일일 것 같고, 그 화요일이 지나갔다는 것은 이들에게 시간이라는 것이 그저 요일 단위로 반복되는 무기력한 흐름일 뿐이라는 걸 말해주는 게 아닐까.

 

3. 김덕희, 쇄록  ★★★☆

첫 소설집 이후 첫 소설이 아닌가 싶다.

이 작가의 취향 중에는 이런 역사물이 있는 게 분명하다.

<낫이 짖을 때> 같은 소설이 그랬는데, 이 이야기도 아마 ‘철종’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된 것 같다.

1862년의 진주민란을 중심으로 그 이후 전개된 역사적 사실들을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을 토대로 하여 문학적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줄거리야 ‘진주민란’을 검색하면 되고, 다만 이 역사 새로쓰기 혹은 다시쓰기가 어떤 의미일지를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쇄록”이라는 말은 ‘잡문’에 가깝기도 하고 “허세를 허세 아니게 보이도록 하려는 수작. 남의 글을 가리킬 때는 그만한 비난이 또 있던가.”라는 문장을 보면 또 ‘졸고’나 ‘졸저’랑 비슷한 말이기도 하다.

결국 이 소설 자체가 ‘쇄록’이라는 말이 아닐까.

‘실록’이라는 굳건한 텍스트 사이를 가로질러 풍경과 내면을 만들어내는, 그런 잡다한 글쓰기야말로 소설이 아닐까.

특히 초괴와 안핵사가 대립하는 장면 같은 것은 상당히 ‘극적’으로 그려지고 있는데 이게 곧 쇄록일지 모르겠다.

아무튼 이런 방식의 역사소설이 늘 그렇듯 매력은 있는데, ‘왜 하필 지금 이 작품인지’라는 질문은 끝내 해결이 안 되는 것 같다.

마지막 철종의 죽음이 그려지는 단락도 11장으로 따로 빼서 쓰는 게 좋지 않았을까 싶다.

 

4. 강영숙, 더러운 물탱크  ★★☆

짧은 소설임에도 전체적으로 이해가 잘 안 되는 소설.

‘더러운 물탱크’라는 제목부터가 그런데, 힌트가 있다면 ‘미스 수’의 변기에 대한 태도 같은 것 정도이고 그렇다면 이제 쉰을 넘은 이 시기에 뭘 해도 신선하지가 않은 본인 스스로를 일종의 더러운 물탱크라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갑자기 퇴사를 맞게 된 ‘미스 수’의 마음도 별로 와 닿지 않고, 무엇보다 ‘노인’의 정체가 도무지 상상이 안 된다.

아마 친구인 ‘미애’와 ‘노인’, 그리고 ‘미스 수’가 함께 침대에 누운 장면은 꿈이겠지 싶은데, 특별한 의미를 찾기가 어려웠다.

최근작들이 전반적으로 좀 실망스럽다.

 

5. 이주란, 나 어떡해  ★★★

어쩌다 보니 두 번째 읽게 되었는데, 다시 읽으니 귀여운 로맨스 소설 같았다.

우연히 발견된 머리의 종양(치료가 가능한)과 여자친구 ‘수진’과의 갈등.

그냥 딱 이 정도의 고민이 이 인물과 상황에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품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재미있게 읽을 장면도 조금 있는 편이고.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면 현재 서른 다섯의 인물이 할 만한 고민이라기에는 조금 유치하지 않나, 이런 건 이십대에나 가능한 고민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 작가에게 짧은 소설은 좀 안 맞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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