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3, 2018년 3호 / 쓺, 2018년 하반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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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3>을 읽었다.

아무래도 이 잡지의 장점은 실린 작품에 대한 ‘중계’ 지면이 있다는 것 같다.

이제 좀 자리를 잡은 것 같고, 이야기를 나누는 독자의 감상에 대해 동의하기도, 반박하기도 하면서 읽어가는 재미가 분명히 있다.

소설의 경우 아주 신인의 작품을 꽤 비중있게 배치하는데, 그것 자체는 좋으나 40매 내외의 분량은 아무래도 좀 적어 보인다.

‘짧기’ 때문에 좋은 소설은 아쉽고, 안 좋은 소설은 ‘짧기’ 때문인 것 같아서 분량에 대한 고민이 조금 필요한 게 아닐까 싶다.

심아진 작가가 쓴 ‘아일랜드 문학경연 소개’를 재미있게 읽었고, 시에서는 장철문, 주하림의 작품이 좋았다.

소설은 다섯 편이 실려 있다.

 

1. 강석희, 앵클 브레이킹  ★★☆

올해 신춘문예로 등단한 작가.

실천문학 봄호에 <공중정원>, 문장 웹진에도 <동그란 말>을 발표한 바 있다.

그 작품들을 두루 떠올려보면 소도시에서 보낸 유년기의 기억 같은 게 기본적인 서사 원천인 듯하다.

이 짧은 소설에서는 (아마도) IMF를 전후한 20여년 전 풍경을 나름대로 디테일을 살려 그리면서 한 남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야기는 아주 소박한 편인데, 위대한 농구선수를 꿈꾸던 중학생 ‘나’와 세련된 고교생 아나운서가 되고 싶었던 ‘누나’가 그러한 꿈이 결국 좌절되는 순간까지를 작가는 들려준다.

‘농구’에 관한 그 시절의 디테일이나 안정된 문장 등은 나쁘지 않았는데.

이런 방식의 이야기는 사실 너무 흔해서 이것이 다시 소설이 되려면 무언가 특별한 지점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보이지 않았다.

소소하고 귀여운 한 편의 평범한 에피소드 정도로 읽혔다.

 

2. 나수민, 유령 같은  ★★

아마도 <문학3>을 통해 처음으로 작품을 발표하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아직 습작 수준으로 느껴졌다.

둘의 여행 사진에 계속 등장하는 어떤 남자의 실루엣이 있고, 동시에 ‘선’이 회사에서 갑자기 해고 되면서 갈등이 폭발하는 순간을 그리고 있다.

말하려는 메시지는 아마도 ‘둘만의 사진을 찍을 수 없는 삶’, 그러니까 늘 누군가의 밑에서, 누군가에게 의존해야 살아갈 수 있는 팍팍하고 절망적인 생의 단면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은데.

사진 인화로부터 상사를 경유해 해고의 단계로 이르는 것이 다분히 비약적이다.

아울러 ‘정재’의 태도나 반응이 서사의 리얼리티를 확 떨어뜨리고, 소설의 마무리도 좀 이상하다. (불필요하게 미스터리하고, <운수 좋은 날>과 비슷한 톤이라 당황스럽기도 하다)

‘심령 사진’이라는 모티프는 아예 빼버리고 이 둘의 상황에 초점을 더 두는 게 어땠을까.

 

3. 명학수, dmswl  ★★★★

올해 신춘문예에서 개인적으로 유일하게 차기작이 기대되던 작가였는데, 흥미롭게 읽었다.

여고생 딸인 ‘은지’가 어떤 사고로 사망하고, 그 순간 임신 중이었다는 사실도 함께 밝혀진다.

부모인 ‘현우’와 ‘윤희’는 그 사건 이후 은지의 인스타그램을 10대 미혼모의 임신, 출산 과정을 전시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면서 고통스러운 날들을 보내고 있다.

그러한 이야기의 전말을 알게 되려면 짧은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페이지가 꽤 넘어가야 할 만큼, 작가가 서사의 구성에도 공력을 들였음을 알 수 있었다.

아마도 이들에게 남은 죄책감 중 하나는 ‘은지’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지금 인스타그램의 모습처럼 ‘응원하고 지지해줄 수 있었을까?’ 하는 지점일 것이다.

그 죄책감과 괴로움이 죽은 딸을 코스프레 하면서 여고생 임산부 인스타 허위 계정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드러내는 것에 대해서는 독자마다 의견이 엇갈릴 것 같다.

그리고 ‘민수’에게 전달되는 상처에 대해서도 조금 고민할 지점이 있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괴한 방식의 자책이 나름의 애도로 설득되는 부분이 있다.

최근 청소년의 성 이슈에 대한 작품이 꽤 있었고, 문제작으로 호명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소설도 같이 놓고 읽어보기에 충분한 것 같다.

짧은 소설임에도 무척 많은 내용을 담고 있고, 또 반면에 ‘은지’는 왜, 어떻게 죽음에 이르렀는지, 임신 사실이 알려질 때 어떤 말들이 있었는지, 그래서 그 후 6개월 동안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이야기하지 않고 있어서, 작가가 그 과정에서 고민을 많이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은지’의 일기를 엄마인 ‘윤희’가 다시 붙여넣는 과정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어디까지가 ‘은지’의 말인지를 알 수 없어서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 작가가 1966년생 남성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어떤 측면에서는 좀 놀랍기까지 하다.

비단 이 소설 뿐만 아니라 등단작, 현대문학에 발표했던 <미친 개의 처분에 관한 보고서>까지 50대의 작가가 썼다고는 잘 믿기지가 않는다.

그래서 다음 작품이 또 기대된다.

 

4. 배명훈, 서술의 임무  ★★★☆

이제 배명훈은 작가 이름을 가려도 충분히 알아볼 수 있을 것 같다.

단지 ‘이동진’이나 ‘김은경’ 같은 인물들 때문이 아니라 그 특유의 대화, 묘사 같은 게 이제 눈에 익었기 때문인데, 취향의 문제이기도 하겠지만 대화는 이야기를 전개시키기 위한 도구로 여겨지고, 특유의 위트가 별로 위트로 느껴지지 않아서 사실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가가 가진 일관된 문제의식은 흥미롭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소설이라는 장르적 속성과 SF적 세계를 결합시키는 방식인데, 꽤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2015년에 <나를 서술한 스파이>라는 작품을 발표한 적이 있는데, “‘서술’이라는 행위가 사랑의 전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기억된다.

그리고 <춤추는 사신>, <미래과거시제> 같은 작품들.

이런 계열의 작품들을 모아 단편집으로 묶어내면 재미있을 것 같다.

아무튼 이 소설은 ‘기계-서술자’라는 흥미로운 설정으로 시작한다.

그냥 단순히 기계가 소설을 쓰는 게 아니라 그 기계 앞에서 펼쳐지는 상황을 스스로 인식하고 서술해낸다는 특징이 있다.

그 부분이 소설 초반부에 흥미롭게 제시가 되고, 후반부는 우주로 던져진 그 기계-서술자가 비상상황에서 비로소 서술을 시작하는 것으로 전개된다.

길이가 아주 짧은 편에 속하는데, 지구 멸망을 막는 데까지 소설이 나아가고, [sic]으로 끝나는 것도 좋은 시도 같았다. (형식적으로는 김솔의 작품들도 떠올랐다)

어쨌든 무언가를 쓴다는 것은, 다시 말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는 행위 자체가 지극히 인간적인 행위임을 보여준다.

처음에는 과연 ‘한국어 소설’을 위주로 학습한 기계-서술자가 지구의 멸망을 막는 이야기의 목소리로 치환될지 의심스러웠는데, “서술자는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존재가 아님을 깨달을 것. 희망할 수 있는 것을 조금 더 희망할 것”(205쪽)이라는 문장에서, 만약 모든 소설, 아니 최대의 소설을 학습한 결과가 이런 거라면 우리가 소설을 읽고 쓰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는 희망과 믿음을 가져도 되지 않겠냐는, 쓸데없이 감동적인 생각까지 하게 됐다.

어쨌든 ‘기계’니까, 인간적인 면모보다는 기계적인 어떤 목소리가 좀 더 강조되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가도, ‘서술자’니까, 인간과 인물 사이의 어떤 미묘한, 소설이라는 장르에서만 가능한 어떤 ‘주체’니까 충분히 이렇게 쓸 수 있다고도 생각하게 됐다.

 

5. 최은미, 나와 내담자  ★★★☆

조금 아쉬웠다.

상담일지를 활용한 형식과 디테일은 사실 ‘나’를 감추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내담자 ‘강수영’에 대한 ‘나’의 태도는 일반적인 상담의 차원과 조금 다른 것처럼 보였는데, 결국 ‘나’가 정확히 ‘강수영’의 그것과 같은 경험과 기억을 가진 게 아닌가 생각했다.

그러나 결국 약간 메시지가 불분명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조금 더 말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눈으로 만든 사람>에서 재현되었던 친족 성폭력 문제, <미산>에서 보여줬던 삼남매의 이야기 같은 것들이 적절히 섞여 있는 거 같은데, 많이 감추고 있어서 풍부하게 읽어내기가 좀 어렵다.

굵은 글씨로 표기된 ‘강수영’의 말과 그의 ‘사물들’을 따로 읽을 때 좀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끝내 마지막 상담인 열 번째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강수영’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강수영’이 다시 찾아오기를 바라는 마지막 장면은 어쩌면 이 작가가 스스로에게 ‘다시’, ‘또’, ‘계속’ 그 문제를 마주하고, 이야기하겠다는 다짐 같이 읽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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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쓺> 하반기호를 읽었다.

‘특집’ 글을 비롯해 읽을 게 엄청나게 많다.

아직 다 읽지는 못했는데 ‘이론과 비평’ 꼭지는 대체로 재밌고, 공부가 되는 글들이다.

이청준에 관한 특집도 챙겨 읽어볼 만하고.

정영문이 여기에 발표한 텍스트는 최근에 이미 단행본으로 나와서, 그쪽을 읽는 편이 좋을 것 같은데 그냥 한 눈에 보기에는 <어떤 작위의 세계>와 비슷해 보인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097277)

시에서는 문보영, 하재연의 것이 좋았다.

소설은 네 편(혹은 다섯 편)이 실려 있다.

 

 

1. 김가경, 다소 기이한 입장의 C  ★★☆

최근 <몰리모를 부는 화요일>이라는 소설집을 내고, 현진건 문학상도 수상한 작가의 작품이다.

폐교를 활용한 레지던시에 입주한 C를 대신해 거주하고 있는 ‘그’가 기묘한 ‘그녀’와 두 아이들을 만나는 이야기이다.

다소 난삽하고 혼란스럽지만, 나름의 몽환적인 분위기가 있어 읽어나가는 일이 어렵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 환상성 자체에만 골몰하고 있어 결국 말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무엇인지 잘 알 수가 없다.

무엇보다 ‘그녀’를 비롯하여 아이들, 특히 ‘해원’이라는 인물이 이 서사의 분위기를 위해 소비되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이들의 사연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도 좀 애매하고.

결국 C가 나타나서 다시 서사를 진전시키고, 결국 초점이 C인 채로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것도 조금 의아하다.

 

2. 김효나, 바다가 보이는 방 / 가라앉는 대화  ★★★☆

짧은 소설 두 편이라고도 할 수 있고, 어쩌면 시일 수도 있겠는데 굳이 제목을 같이 쓴 걸로 봐선 연작소설일 가능성이 제일 클 것 같다.

아무튼 둘 다 나쁘지 않았는데, 뒤쪽이 조금 더 좋았다.

‘바다가 보이는 방’이 아니라 사실은 ‘바다가 있는 방’이라는 이미지가 좋았고, 대화의 전개 양상도 나름대로 흥미로웠으나 결국 좀 작위적인 방식으로 이야기가 마무리 된 것 같다.

‘가라앉는 대화’에서 “그는 먼저 도착해 있었어요.”라는 첫 문장이 ‘죽음’의 세계에 먼저 도달했다는 의미였음을 알게 되는 순간, 즉 이것이 “꿈의 대화”이자 ‘물의 대화’라는 게 밝혀질 때 매우 흥미롭게 읽히면서도 조금은 식상한 방식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전체적으로는 <2인용 독백> 때보다 임팩트는 조금 덜한 느낌이었다.

 

3. 민병훈, 장화를 신고 걸었다 비는 오지 않았지만 연꽃 사이를 헤치며  ★★★★

좋게 읽었다.

못질 소리가 들려오던 소설의 첫 장면에서 다른 곳으로 ‘문득’ 이동한 뒤 한참을 헤매다가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는 구성이 좋았다.

대책없이 펼쳐놓기만 하는 복잡한 텍스트가 아니라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그의 죽음’과 ‘나’의 관계, 그리고 ‘수’와의 일들이 어떤 것이 실제로 일어난 일인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소설의 마지막 문단이 힌트를 많이 주기는 하는데, 굳이 퍼즐을 끼워 맞추고 싶지는 않았다.

스케치하듯 흘러가는 여러 장면들이 전달하는 이야기의 감각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다.

문장에 군더더기가 거의 없었다.

 

4. 편혜영, 어쩌면 스무 번  ★★★★

단순하게 얘기하면 시골로 내려간 젊은 부부가 맞닥뜨리는 여러 불편한 상황들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그 이야기 속에 치매를 앓는 ‘나’의 장인과 약간의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나’, 강박증적인 ‘아내’가 주요 인물이라면 평범하게 읽힐 수가 없다.

특히 그들을 찾아오는 보안업체 직원 남녀와 결국 계약에 사인을 하게 되는 장면까지 이르면 꽤 섬뜩한 이야기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니까 ‘아내’는 ‘아버지’를 죽일 생각이었고, 아마도 실행을 한 것 같다.

‘주인부터 무는 사나운 개’를 언급하는 부분에서 그런 확신이 강하게 들었다.

그런데 그것이 ‘나’의 시선에서 서술되고 있기 때문에 여러 의구심이 들러붙는데, 어느 쪽으로 상상해도 섬뜩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아오이 가든>의 편혜영이 생각났고, 그때와 비교하면 이 소설은 약간 심심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임팩트가 있는 한두 장면이 더 있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

 

 

 

 

1 Response

  1. Dane Taylor

    계간지 평 언제 올라오나 매일 들러요 🙂
    좋은 글들 빨리빨리 올려주세요ㅜㅜ
    기다리느라 애가 탑니다ㅜㅜ
    나 같은 문예지도 많이 다뤄주시면 좋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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