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처음에 블로그를 시작할 때는 이것저것 여러 글을 쓰기도 하고, 지면에 발표하는 글들도 옮겨 놓고는 했는데, 이제 그냥 소설평만 그때그때 쓰고 있다.

이 블로그를 처음 개설했던 2014년 1월에도 쓰긴 했지만, 시작은 그랬던 것 같다.

2013년에 등단을 했고, 어떤 계간지에 리뷰를 하나 썼다.

그리고는 잡지가 나왔다고 ‘필자 모임’을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지금은 그런 게 거의 없어졌지만 그때는 잡지가 나오면 글을 실은 시인, 소설가, 평론가 등이 모이는 이른바 ‘문단 술자리’가 있었다.

긴장감과 호기심이 섞인 상태로 꽤 추웠던 날 모임 장소로 갔고, 아무도 모르지만 이름을 얘기하면 아는 사람들 사이에 끼어 있었다.

소설 쓰는 누구입니다, 평론 하는 누구입니다 하는 이상한 인사 속에(지금은 선생님, 선생님만큼이나 자연스러워졌지만) 도대체 뭘 어떻게 앉아 있어야 하는지 모르고 있었는데.

내가 있던 테이블에 1년 일찍 등단한 평론가가 있었고, 아마도 그 평론가의 선배로 보이는 꽤 이름이 알려져 있던 평론가가 한 명 있었다.

친한 선후배 사이였던지 격의 없이 이런저런 조언 비슷한 걸 하고 있었는데 내 귀에 들렸던 말 중 하나가 이런 거였다.

무조건 열심히 읽어야 한다고, 잡지에 실린 소설 읽고, 책 나오면 또 읽어야 한다고.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이야기이고, 본인도 그러지 못했을 거라 짐작되지만.

아무튼 등단이라는 것을 하고, 문학평론가는 뭘 해야 하는 걸까 고민하던 나에게 그 말이 꽤 크게 남았던 것 같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사실 김윤식 선생님의 영향도 없지는 않았던 것 같고.)

그렇게 ‘두 번 읽는 사람’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2014년부터 읽은 소설에 대해 코멘트를 써 왔다.

어느덧 5년째다.

한 계절에 발표되는 주요 문예지의 소설은 대략 80편 내외고, 1년으로 생각하면 400편이 아마 좀 못될 거 같다.

이걸 다 읽는다는 것은 무식한 짓 같기도 하지만, 산술적으로는 하루에 단편 하나 정도 읽는 일이니 또 그렇게 과한 일도 아니다.

문제는 읽고 시간이 지나면, 설령 그 소설에 대해 뭔가를 메모했다고 해도 기억이 살아나지 않는 것인데, 별점은 그래서 매기기 시작했다.

블로그에 쓰는 글인데 소설에 별점 못 매길 이유가 뭐가 있나 싶기도 했고.

 

며칠 간 고민을 좀 했다.

이런저런 이유가 있지만, 어쨌든 이대로 계속 해도 괜찮을까 하고.

때마침 워드프레스에서 이제 가격을 조금 올릴 건데 지금 결제하면 싸게 해줄게, 메일도 왔다.

 

그냥 계속 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왕 하는 거 조금 더 열심히 하기로 했다.

내년부터는 최대한 빨리, 읽는 소설 전부에 코멘트를 남겨 보려고 한다,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5년 더 해서 십 년 채워야지.

 

 

 

 

8 Responses

  1. 트위터에서 우연히 이 블로그를 접하고선 그야말로 신세계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여러 계간지를 읽고 거기에 일일이 평을 남기는 일이란 꿈틀거리는 현대의 텍스트라는 바다에 다이빙을 하는 일이나 마찬가지니까요. 그리고 오늘, 그렇게 읽고 글을 쓰는 것에 그런 고충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식으로 이어간다니, 게다가 더 열심히 하시겠다니 이거 다행스럽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합니다. 어떤 고충이 있든 살짝은 비껴가시길 바랍니다.

  2. h

    계간지도, 새로운 소설들도 챙겨서 보기 어려운 처지라 부러운 마음으로 항상 읽고 있어요. 계속해주셔서 고맙습니다.

  3. 군대러

    항상 업로드 감사합니당 제 군생활 낙입니당 (컴으론 워드프로세서 깨져서 저장된페이지로 꾸역꾸약 보고 있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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