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3, 2019년 1호

x3904000290959

 

올해 1호 <문학3>을 읽었다.

실린 글들이 대체로 좋았고, 정세랑 작가의 글이 역시 여러 가지 생각을 들게 했다.

그게 어떤 매체이든, 또 어떤 방식이든 소설가가 소설이라고 썼다면 소설이지 않느냐는 말은 장르에 대해 고민하다가 결국 도착하는 결론이기도 한데, 만약 그렇다고 하면 장르론이라는 것은 정말로 허무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창작자가 이게 ‘소설’이라는데 거기에 무슨 말을 더 보탤 수 있을까 싶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텍스트는 역시 작가의 것은 아니니까 창작자의 의도와 주장은 그냥 하나의 가능성으로 남겨둔 채로 텍스트를 분류하고, 판별하고, 유형화하는 것은 여전히 장르론의 몫이겠지 하고 생각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번거롭지 않게, 공짜로 소설을 읽고 싶어한다”는 말은 최근 장류진 작가의 작품에 대한 반응을 떠올리게 하는데, 적어도 수 천명이 읽었을 그 소설의 ‘수익’은 어디로 가는 걸까.

작가 본인은 당연히 아니고(상금은 이미 받았고, 인지도 상승이라는 무형의 소득은 있지만), ‘창비’도 아니다(사이트 트래픽 비용이 더 들었을 거 같다).

그러니까 문학의 유통에 관해 우리는 이 ‘뉴미디어’ 시대에 조금 더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상업성을 기준으로 찬반 운운하는 차원은 이제 넘어서, 어떤 플랫폼으로, 매체로, 또 어떤 구조와 방식으로 문학이라는 것을 유통시킬지에 관해서 말이다.

최근에 잡지 일을 맡으면서 그런 생각들을 많이 했고, 유튜브나 팟캐스트 등과 같은 방식의 유용함과 재미도 알게 되었지만, 또 <문학3>이 잘 보여주듯 웹-지면-현장의 연결도 흥미롭지만, 결국은 문학은 종이잡지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됐다.

또 뭐 천천히 생각해볼 기회가 있겠지.

아무튼 소설은 4편이 실려 있고, 이 중 3편이 <문학3>에서 지향하는 40매 내외의 단편이다.

시는 배수연, 정성은이 좋았다.

 

1. 강성은, 이녹 씨 아세요?  ★★★☆

혹시 아닌가 했는데, 시인 강성은이 맞다.

최근에 어디 글을 쓰면서 강성은과 김이강을 함께 다룬 일이 있는데, 강성은의 <Lo-fi>는 모아보니 배로 좋았고, 김이강의 <타이피스트>는 모아보니 임팩트가 덜하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어쨌든 시는 좋은데, 소설은 어떨까 궁금하기도 했고, 시인 자신도 나름의 부담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소설은 좀 익숙한 방식의 이야기다.

‘이녹’이라는 인물이 무인우주선에 탑승한 채로 목성으로 가버렸고, ‘이녹’은 대체 누구인가에 관해 여러 증언들을 모아 놓은 형식.

SF쪽에서 보면 바로 이런 소설이야말로 순문학이 SF를 소재로 쓰는 전형적인 형태라고 할 것 같다.

목성행은 ‘실종’을 위한 장치이고, 결국 ‘이녹’이라는 인물에 집중하는 이야기니까.

모두가 단면적으로 한 인물을 알 뿐이고, 안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을 다 그러모은 결과 결국은 ‘모른다’로 귀결되는 방식이 좀 뻔하다.

또 이녹씨의 실종(죽음) 15년 후 ‘이녹씨병’이 생겨나는 지점까지 이어지는 결말 부분도 조금 무리한 것 같고.

다만 이 소설에서 무인우주선 ‘마리별호’에 탄 ‘이녹’의 모습을 내부 카메라를 통해 지구인들이 지켜보는 모습.

즉 대체로 잠들어 있다가 이따금 깨어나 잠깐씩 창밖을 바라보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그를 우주선의 탐사 임무 성공을 위한 전력 에너지의 문제로 화면에서 없애는 장면이 무척 오래 남는다.

어쩌면 완벽하게 외롭지만 완전히 자유로운 누군가의 모습을 지켜본 듯 해서.

 

 

2. 백승연, 홍학 없이 홍학 말하기  ★★☆

단어를 ‘사는’ 누군가가 있고, 단어를 팔면 빈도 수에 따라 현금을 지급받는 설정.

나름대로 흥미가 있었지만 설정이 조금 단순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단어를 사 가는 외매원은 어떤 존재인지 설명이 되어 있지 않고, 어떤 ‘관계’에서만 그 단어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것도 조금 납득이 어렵다.

결말을 참고하면 이 소설은 ‘사랑’으로 이루어진 ‘부부’ 관계에서 소통의 (불)가능성(이런 말을 쓰다니…)을 그려보려 했던 것 같기도 하고.

말이 ‘물질’로 치환된다고 했을 때, 그러니까 자주 사용하는 말을 팔면 효도도 하고 선물도 하고 코트도 사고 자전거도 살 수 있는, 삶의 질 향상을 바로 가져오는 ‘돈’을 얻을 수 있는 거라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하고 묻는 거 같기도 했다.

어느 쪽이든 좀 소박하다는 느낌이고, ‘말’과 ‘관계’에 관해서라면 레퍼런스가 꽤 있는데 별로 차별점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를테면 이장욱의 <기린에 대한 모든 것> 같은 소설도 그렇고, 어쨌든 ‘홍학’이라면 오한기의 아이콘 같은 것인데 딱히 염두에 둔 것 같지는 않아서 좀 아쉽다.

 

 

3. 이주혜, 꽃을 그려요  ★★★☆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약간 ‘소년’과 ‘할머니’ 이런 구도에 좀 대책없이 설득 당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년’이 친구 ‘하람’과 동네 남자에게 돌을 던져(누구의 돌에 맞았는지는 모른다) 남자가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고, 소년의 집은 ‘사탄은 물러가라’와 같은 말들이 붉은 스프레이로 도배되며, 매일 같이 몇 장의 천 원짜리를 다리미로 다려 봉투에 넣고 ‘할머니’와 ‘소년’은 남자에게 병문안을 간다.

이 남자가 사실은 ‘소년’에게 성추행을 일삼던 인물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위치는 뒤바뀐다.

그리고 어떤 여자(오주)가 나타나 집 벽에 괴물의 형상 같은 걸 그려놓고, ‘소년’은 그제야 흉악하고 무서운 어떤 것을 긍정하게 된다.

할머니(귀선) 역시 겉으로는 저런 그림을 그려놓고 간 여자를 욕하지만, 소년의 상태를 보고 내심 안도한다.

짧은 분량에 이 정도의 이야기라면 충분히 그 몫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중간에 ‘오주’, ‘귀선’ 같은 이름이 툭 튀어나와 일종의 실감을 주는 방식도 좋았고, 끝내 소년의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는 것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아마도 낙서의 주범은 ‘하람’의 부모인 듯하고, 이 작가는 종교나 신앙이 폭력으로 발현되는 모습도 포착하고 싶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그러한 점들보다는 이 할머니, 귀선이 ‘소년’과 ‘남자’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가 알 수 없다는 점이 소설의 매력 같았다.

 

 

4. 최유안, 비밀에 대한 예의  ★★★☆

작년에 신춘문예로 등단한 신인 소설가.

난민 문제를 다루었던 등단작 이후 읽은 게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등단작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는데, 이 소설은 꽤 여러 번 읽었다.

이해가 되지 않아서이기도 했는데, 이해를 해 보고 싶었다.

우선 무엇이 ‘비밀’이고 또 ‘예의’란 무엇인지 명확하게 말해보고 싶다.

‘비밀’은 ‘나’가 동성인 사촌 ‘명훈’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명훈’은 ‘나’의 그러한 감정을 알고 있지만 이성애자여서 늘 돌봐주고 챙겨 줬었다.

‘나’는 그래서 소위 ‘예의’를 갖춘 말들에도 늘 상처받는다.

예의상 한 말, 예의가 있어야지 같은 방식의 태도는 “차라리 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나’가 그동안 감당해야 했을 수많은 고통과 상처와 절망에 대해, 그럼에도 ‘명훈’에 대한 사랑에 대해 이 짧은 분량에서 충분히 설명한다.

늘 단짝처럼 붙어 다녀서 ‘남자친구’냐고 묻는 친구들이 있었고, 그럴 때마다 손을 꼭 잡은 채로 독서실 앞까지 데려다 주던 ‘명훈’의 모습.

그 ‘명훈’이 지금 말기 암 환자로 병상에 누워 있고, ‘나’는 그를 간호할 때, 같은 처치의 이성애자 커플로부터 역시나 “사촌 병간호는 어디 쉬운가요”라는 말을 듣고 “나는 대답을 흐렸다. 나를 찾아온 기분과 시간이 그저 흘러가도록 두었다” 같은 감정을 느끼는 것.

읽으면 읽을수록 이 소설은 명확해지는데, 문제는 여러 번 읽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이 소설은 실패했다.

하지만 짧은 소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이런 방식으로, 여러 번 읽게 만드는 방식이 더 성공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오히려 아쉬운 것은 동성인 사촌을 사랑한 ‘나’의 사례가 슈만과 클라라, <시인의 사랑> 등의 레퍼런스와 만나면서 그냥 ‘금지된 사랑’의 하나로 그려지게 됐다는 점이다.

둘만의 이야기로 더 채웠어도 충분했을 것 같다.

이번 <릿터> 16호에 소설을 실었던데, 기대감을 갖고 읽게 될 것 같다.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