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 2019년 상반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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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 상반기호를 읽었다.

반년간 체제로 개편 후 작품의 질이 현격하게 떨어지고 있는데, 얼마나 지속 가능할지 모르겠다.

비평 쪽에서 이승우의 최근 작업을 “소설로 쓰는 성서해석학”이라는 글로 조명한 복도훈의 글이 반가웠다.

이 글의 결론처럼 흥미롭게, 일단 당분간 지켜보면 될 듯 하다.

배명훈의 산문도 실려 있는데, 뉴욕 체류기가 특별히 흥미롭지는 않았다.

<건조한 행성 1>이라는 타이틀로 봐서는 에세이 연재인가 싶기도 한데, 하반기호를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소설은 총 5편이 실려 있고, 신구 작가들이 고루 섞여 있는데 눈에 띄는 작품은 없었다.

 

1. 기준영, 완전한 하루 ★★★

누군가는 기준영의 연애소설이야말로 최고라고 하던데, 개인적으로는 작품마다 좀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다.

최근 장편 <우리가 통과한 밤>도 그랬지만, 이 작가가 그려내는 인물과 그들의 관계는 대체로 ‘희미’한데, 거기에서 어떤 순간이나 감정을 감지해내지 못한다면 결국 실패하는?

파혼을 겪은 그녀 ‘주현’과 형수와의 도피를 벌였던 그 ‘민규’가 서로의 경험을 조금씩 꺼내면서 우연하게, 또 조심스럽게 연결되는 전개는 군데군데 허점과 비약이 많아 보였다.

또 ‘클라라와 한슨’ 같은 소재, 점심시간에 혼자 영화를 보는 장면 등이 각 인물들의 상황을 너무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설득력이 떨어졌다.

결국 이 소설의 ‘완전한 하루’는 ‘민규’의 생일인 오늘인데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방식이고.

소설의 마지막 장면, 그러니까 ‘민규’가 와이오밍에서 사슴을 칠 뻔한 경험을 말하면서 꼬마 여자아이와 강아지가 등장하는 그 부분은 아주 좋았는데, 이런 장면이 기준영의 특징 같다.

정확히 뭐라 말할 수 없지만 그 순간이 어떤 느낌인지 충분히 알 것 같은, <여기 없는 모든 것>(https://webzine.munjang.or.kr/archives/15197)의 다이빙 경기 장면 같은 것인데, 이런 장면에 얼마나 공감하느냐가 결국 기준영 작품의 성패이지 않나 싶다.

 

 

2. 김이은, 섭, 섭, 하다  ★★☆

이천 년대 꽤 활발하게 활동을 하다가 요즘은 좀 뜸한 작가.

몇 권의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작품의 성향이 다소 바뀐 듯한 느낌을 받았다.

사기범으로 수배 중인 ‘민섭’이라는 아들(42세)이 자신을 버린 아버지 ‘창섭’을 찾아간 이야기이다.

‘창섭’은 말년에 병을 얻어 어느 절간에서 소일하고 있으며, 우리가 잘 아는 한국 아저씨다.

돈을 좇아 살아오다 어느 순간 망해버리고, 가족을 버리고, 또 꾸역꾸역 살아가고, 그러니까 생의 질곡, 질척거리는 삶, 벼랑 끝에서 흘리는 눈물과 그 와중의 웃음, 뭐 그런 것들.

보통 중년 남성 작가의 소설에서 볼 수 있는 이야기인데 여성 작가가 써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이 인물들의 세태도, 그들의 보여주는 이상한 화해와 용서의 감정도, 다 너무 익숙하고 올드하다.

 

 

3. 오성은, 요의가 온다  ☆

작년에 지방 공모전에 당선된 1984년생 작가인데, 뭐라 할말이 없다.

아마 동남아 어디쯤? 자살하러 온 남성 ‘태기’가 우연히 레즈비언 커플 ‘유미’와 ‘미소’를 만나는데, 시작부터 뜨악하는 순간이 가득하다.

갑자기 ‘유미’는 ‘태기’를 유혹하고, ‘태기’는 음험한 상상을 하기 시작하고, 급기야 ‘유미’는 자신을 강간해달라고 하고.

이유는 연인인 ‘미소’가 돈을 벌기 위해 성매매를 했고, 임신까지 했다는 것인데.

아무리 다들 죽으러 온 사람들이지만 여성 캐릭터를 아직도 이따위로 그리고 있다는 걸 넘어 결국 발사된 총, 그리고 그 순간 ‘불뚝 솟아오른 성기와 참아왔던 요의가 강렬하게 터져 나오는’ 장면은 좀 심각하지 않나?

이런 걸 써서 발표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니 대단하다.

 

 

4. 이정연, 미러볼이 있는 집  ★★☆

등단 이후 작품을 세 편 정도 본 거 같은데, 대체로 비슷한 느낌이다.

문제의식이나 주제가 너무 평범하고, 이야기는 작위적이다.

‘시연’과 ‘순오’를 통해 청년세대의 문제를 드러내고, 또 동시에 ‘순자’와 ‘최노인’을 통해 노년의 삶을 대비시키는 것도 그렇지만 이들을 ‘홈셰어링’이라는 소재로 묶는 것이 전혀 설득력이 없다.

그렇게 같이 살게 된 그들이 형성하는 모종의 관계도 너무 개연성이 없고, 2층을 멀티방으로 만드는 것, 결국 ‘순자’의 요양원행으로 비어 있게 된 그 집에 혼자, 몰래 ‘시연’이 드나드는 마지막 장면 같은 것도 너무 뻔하다.

‘진짜’ 이야기를 좀 썼으면 좋겠다.

 

 

5. 함정임, 영도  ★★

이 소설은 ‘진짜’ 이야기인데, 너무 무성의하다.

작가 자신의 고민이 깊이 담겨 있고, 또 그것을 나름의 방식으로 소설적으로 형상화했다고 해서 나르시시즘의 혐의가 지워지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고, 또 애정하고, 또 경험한 어떤 것들을 그냥 뭉뚱그려 소설에 넣어 놓으면 저절로 그것이 완결성을 획득하나?

당연히 그렇지 않고, 독자들은 태작을 정확히 알아본다.

그리고 그것이 수식이 가득한 문장들과 이미지로 포장되면 더욱 견디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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