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문학, 2018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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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문학> 겨울호를 읽었다.

잡지가 꽤 내홍이 있었는데 이제 어느 정도 안정이 된 느낌이다.

(늘 발간이 가장 늦긴 하지만)

여전히 좀 전체적으로는 올드하지만 젊은 편집위원들이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고, 라인업도 나쁘지 않다.

한연희의 시를 오랜만에 본 거 같은데, 색깔이 좀 달라졌다.

좀 어두워졌달까. 하지만 그것대로 좋았다.

소설은 총 4편이 실려 있고, 실망스러운 작품도 좀 있었다.

장편 연재를 없애면서 편 수가 좀 늘어난(날) 것 같다.

 

 

1. 김하율, 판다가 부러워  ★★★

2013년 등단 이후 거의 작품을 못 본 거 같다.

그냥 무난하게 읽혔다.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지 않아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하는 ‘나’와 남편의 석 달을 그리고 있다.

전체적으로 필치가 가볍고 날렵해서 막히지 않고 읽어가긴 했으나 특별한 지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나름대로 지금 이 인물들이 처한 상황을 현실적으로, 또 세태를 잘 반영하여 쓰기는 했는데 너무 두루 다루려고 했던 것이 문제였을까.

부동산 문제(집 구하기), 출산(육아) 문제,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 반려동물(고양이)을 둘러싼 이야기들.

이런 것들이 그냥 다 뒤섞여 있고, 과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설득력이 썩 있어 보이지도 않았다.

작위적인 장면들도 좀 있는 것 같고, 결말도 소설의 표현대로 ‘아침드라마 클리셰’ 같았다.

 

 

2. 우다영, 창모  ★★

최근 작품들이 꽤 괜찮았는데, 이 소설은 소설집 <밤의 징조와 연인들>에서 단점으로 느껴지던 지점이 도드라져 보였다.

뭐라 콕 집어 말하기는 어려운데, 소설의 인물들, 관계들, 감정들이 청소년 소설 같은?

물론 청소년들이 자주 등장하기도 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리얼리티가 떨어지고 그냥 둥둥 떠 있는 것 같은 대화들이 이입을 방해하는 것 같다.

유치하다고까지 할 수는 없겠지만 이 ‘날 것’을 왜, 어디까지 이해해 줘야 하나 고민하게 된다.

이 소설의 ‘창모’라는 인물은(물론 그 ‘창모’일 리는 없겠지만 연상은 된다) 공격성과 분노를 있는 그대로 표출하는 남고교생이고 그를 이해하는, 또 그가 이해하는 거의 유일한 인물로 동창이고 여성인 ‘나’가 설정되어 있다.

이 둘이 어떻게 서로 관계 맺어가는지, 또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정확히 나와 있지는 않지만 ‘창모’가 ‘나’를 ‘단 한 번도 공격한 적이 없기 때문’임은 확실하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극심한 분노를 표출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사람들에 대해 그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도 하게 되고.

이 얼마나 간편한 방식인가.

버스에서 임산부에게 온갖 폭언을 쏟아내는 행각을 지켜보면서도 ‘나’는 차분하게 ‘창모’를 달랜다.

‘창모’는 ‘나’를 통해 그런 자신을 이해받는다고 느끼고.

그런 세월이 지나 성인이 된 지금 ‘나’는 합리적이고 품위가 있으며 예의바른 남편을 만나 안온함을 느끼며 가끔 ‘창모’를 떠올릴 뿐이다.

‘나’를 너무도 수동적인 인물로 그렸고, 아무리 생각해도 ‘정상적 여성’이 ‘비정상적 남성’을 보듬고 품어주는 이야기라고밖에는 생각이 안 된다.

 

 

3. 임승훈, 초여름  ★★★☆

어쩌다 보니 이 작가의 소설은 대체로 읽었고, 등단이 2011년인데 아직까지 첫 책을 내지 못한 것이 좀 의아하다.

이 소설이 그런 얘기를 하고 있기도 하고, 또 임승훈이 등장하리라 예상했고, 그래서 결국 분노와 절망 속에서 스스로를 웃으면서 칼로 찌르는 이야기일 줄 알았다.

이 자조와 자괴의 서사가 어떻게 받아들여지느냐에 따라 아마 호불호가 갈리지 싶다.

‘자기’ 이야기를 아주 직접적으로 깊이 파고드는 요즘 소설의 경향에 비추어 볼 때, 임승훈의 소설은 좀 허술하고 가벼워 보인다.

이 장난 같은 소설이 재미있게 읽힌다면 다행인데, 좀 애매한 지점은 분명히 있다.

그러니까 김봉곤, 박상영, 이주란 같은 색깔이 없고, 오한기 같은 작가와도 다르고, 소위 남성 재담꾼 계열(최민석 등)에도 끼기 어렵다.

작가 스스로도 그것을 잘 알고 있는 것 같고, 그러니까 자신을 ‘자살’시켜가면서 “역겨운 지구문학”이 아니라 “므스느그흠 행성”의 외계인들만 그 탁월함을 알아볼 수 있는 소설이 자신의 작품임을 역설하는 것이고.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쓸데없는’ 서사를 여기저기에서 끌어오는데 나름대로 재미있게 읽었다.

 

 

4. 임회숙, 쓸모 있다는 것  ★★

장기매매가 합법적인 기관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설정을 일단 해놓고, 엄마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어떤 장기를 팔 것인지 고민하면서 가난한 생활을 견뎌내는 대학생 딸인 ‘나’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엄마를 대신해 핫도그 장사를 하는 것이라든지 도저히 대학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 늘 돈에 쪼들리는 것, 거기에 또 임대료(젠트리피케이션) 문제까지.

작위적인 지점이 너무 많고 특히 장기매매 설정은, 결국 수술 날짜가 잡히고 병원비를 마련할 수 있겠다는 기대로 수술대에 ‘나’가 누워 있던 그 순간 엄마가 돌아가시는 소설의 결말을 위해 마련되었을 뿐인 것 같다.

그러니 결국 소설의 디테일은 훅 날아가버리고 너무도 식상한 서사와 억지 비극만 남는다.

기억에 남는 장면이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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