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2019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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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봄호를 읽었다.

박상영 작가가 젊은작가상을 받았다.

작년에 받았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고, 올해 받게 되어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늘 내가 가진 리스트와는 꽤 다른 수상자들이지만, 또 늘 그렇듯 막상 다시 읽어보면 수긍하게 될 것 같다.

김연수 작가는 장편 연재를 끝냈는데, 열심히 따라 읽지는 못했으나 이 작업의 결과물에 대해 현재로선 좀 회의적인 편이어서 단행본이 어떨지 모르겠다.

그 전에 내지 않은 장편, 단편도 꽤 많아서 언제쯤 보게 될지.

<특집>은 지난 호부터 흥미롭게 보고 있는 지면인데, ‘표현자로서의 비평가’라는 주제보다 ‘나의 문학론’에 논의가 집중된 것 같아 좀 아쉽다.

‘내가 생각하는 비평’, ‘내가 하려는 비평’ 같은 걸 기대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문학이란 무엇인가’로 심각해져버린 느낌.

좀 뜨악했던 건 편집위원인 김금희 작가의 성석제 작가와의 인터뷰.

김금희 작가는 머리말에서 안희정과 리베카 솔닛과 다이애나 나이애드, 문단 내 성폭력을 얘기하면서 새로운 ‘발화’를 다짐하고, 이어서 백민석과 천희란이 중년-남성이 본 페미니즘 백래시, 디지털 성폭력(불법촬영물) 등에 관해 경청할 만한 ‘시선’을 보여주는 이 계간지의 자리에 성석제 작가를 인터뷰 했어야 했을까.

뭐 문학동네에서 장편소설을 낸 중견작가이니 인터뷰를 하는 것 자체는 그렇다고 해도, 또 그 사건에 관해 묻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자리라고는 해도, 이 정도로 존경의 념과 상찬을 바칠 필요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심상대 사태와 관련해 일련의 일들을 다들 모르지는 않을 텐데,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이런 조명이 이어질 수 있는 것인지(문학동네만이 아니라),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시에서는 권민경이 좋았다.

첫 시집을 사실 그렇게 인상적으로 읽지는 못했는데, 내가 너무 대충 읽었나 싶을 정도로 깜짝 놀랐다.

소설은 총 4편이 실려 있는데, 그간 ‘나의 이력서’도 그냥 소설로 포함시켰던 것과 달리 구병모 작가의 <문장의 무덤>은 소설로 읽기는 좀 어려울 것 같다.

이 작가의 문장에 대한 일종의 강박은 잘 알려져 있고, 이 글에서 드러나는 글쓰기에 대한 자의식도 어떤 의미인지 충분히 알 것 같았다.

‘지옥’ 속에 던져진 소설가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보다 최근 소설집에 실려 있는 ‘소설가 소설’을 다시 읽는 것이 훨씬 흥미로울 것 같다.

 

1. 김인숙, 그해 여름의 수기  ★★★

조금 오랜만에 작품을 접하는 것 같다.

나쁘지 않게 읽기는 했는데, 전체적으로 좀 ‘과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기’는 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하고, ‘물의 기록’이기도 하고, ‘스스로 쓴 기록’이기도 하다.

결국 그 모든 걸 다 보여 주려다 실패했다는 느낌이다.

파란대문집의 여름 날 비가 쏟아지는 도입부는 상당히 매력적이었는데, 아무래도 ‘명기’가 등장하고 좀 의아한 방식으로 첫사랑이 되어 버리는 후반부가 아쉬웠다.

아주 거칠게 말하자면, 동생이 수해 산사태로 죽고 부모님은 병원에, 자신은 홀로 다른 사람에게 맡겨져 있던 그해 여름에 첫사랑으로 어지러웠다, 라는 이야기인데 받아들이기가 쉽지는 않았다.

특히 ‘명기’의 고통의 원인이 이념적 좌절인지, 사랑의 실패인지 알기가 어렵고, 그게 좀 기묘한 장면(자고 있던 ‘수기’를 아주 가까이서 내려다보던 그 밤)으로 그려져서 더 갸우뚱하게 된다.

또 결국 다시 마주한 중년의 ‘명기’가 건물주에게 보증금을 떼어먹힌 치킨집 사장으로 등장하는 것도 좋은 마무리가 아닌 것 같다.

 

2. 정소현, 품위 있는 삶, 110세 보험  ★★★★☆

첫 소설집을 내고, 2015년 정도에 한두 편 작품을 발표하다가 갑자기 사라졌던 정소현의 완벽한 귀환.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 영화 <스틸 앨리스>, 또 최근의 드라마 <눈이 부시게>까지(이장욱의 <양구에는 돼지코>(현대문학, 2018년 11월호)도 있고), ‘치매’에 관해서라면 이제 제법 많은 레퍼런스들이 쌓여 있는데, 이 소설의 힘은 좀 특별해 보인다.

소설의 구성 자체가 정밀하고 치밀하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게 하는 탁월함에 설득력 있는 인물의 목소리와 디테일까지, 거의 단점이 없다.

할머니 ‘나윤승’과 보험 설계사(관리인) ‘김민기’, ‘진하준’의 사연을 깔끔하게 설명해주는 방식, 즉 단순한 반전이거나 혹은 어떤 것도 진실이 아니다라는 식의 흔한 결말이 아니라는 점도 좋았다.

다만 어쩔 수 없이 아쉬운 점은 어쨌든 치매 환자의 증언과 기록이라는 조금 익숙한 소재라는 것, 따지고 들어가면 허점이 없지는 않다는 것 정도인 것 같다.

앞으로 꾸준히 작품을 봤으면 좋겠다.

 

3. 한은형, N서울타워  ★★★★

한은형 작가의 작품은 늘 기본적인 ‘타임라인’이 좀 헷갈리는데 이 작품도 그랬다.

사건을 뒤섞는 방식, 그리고 그 연결 지점이 좀 불명료한 부분이 많다.

아무튼 조선족 ‘해룡’과 ‘나’의 관계를 그리고 있는 소설인데, 심드렁하게 읽다가 ‘나’의 정체성 문제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좀 다르게 읽혔다.

그러니까 ‘해룡’에 대한 ‘나’의 감정이 단순한 것이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행간이 좀 보였달까.

그리고 거기에 민족과 국가 정체성(조선족, 미군 같은)의 문제를 슬쩍 덧씌워서 은근히 가리는(혹은 증폭시키는) 방식이 의미심장해 보이기도 했다.

그렇게 되면 N서울타워라는 공간의 의미, 명명의 방식도 함의가 좀 있는 것 같고.

어쨌든 이 소설은 두 번 읽었는데, 두 번째가 훨씬 좋았다.

그 말은 사실 어느 정도는 실패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4. 김세희, 두번째  ★★★☆

최근 첫 소설집을 내고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

쓰는 작품들이 대체로 결이 비슷해서 그게 단점이자 장점이 되는 것 같다.

‘종률’과 ‘여운’의 두번째, 즉 재혼과 ‘또 육아'(?)를 다루는 이 소설은 <그건 정말로 슬픈 일일 거야>의 상황과 무척 닮아 있다.

소설 속 인물들이 어떨 때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다가도 어느새 이 상황에 몰입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데, ‘너무 싫은 나’를 보는 느낌이랄까, 바로 그 지점이 김세희의 매력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역시나 다른 작품들처럼) 좀 번잡스럽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데, 불필요한 묘사나 설명이 좀 많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왜 그럴까 좀 고민을 해 봤는데, 소설의 문장들이 너무 동일한 결이어서 그런 게 아닐까.

거의 단문이고, 중간중간 대화가 자주 들어가서 이입을 좀 방해한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순간에는 대화를 줄이고, 호흡이 긴 문장을 좀 써보면 더 좋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장-결혼-출산-육아의 트랙을 도는 여성 인물에 대한 디테일은 흠잡을 데가 없고, 약간의 유머도 보여서 나쁘지 않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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