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사회, 2019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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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사회> 봄호를 읽었다.

우선 하이픈부터.

이번 호는 <메타-문학사>라는 주제이고, 최근 계간지의 기획 중에서 ‘문사 하이픈’이 가장 알찬 지면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 다 꼼꼼하게 읽지는 못했는데, 비평가-연구자의 입장에서 참고가 될 만한 글들이 많다.

내가 늘 고민하고 있는 키워드는 문학의 ‘현장’이라는 것인데, 그냥 ‘문학’이 아니라 세부전공으로 ‘현대문학’이라는 분야가 성립될 수 있다면 ‘현장’을 떠난 문학사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문학사의 갱신은 언제나 당대로부터 오고, 현대문학의 강단은 늘 열려 있어야 한다고도 생각은 하는데, 누구나 그렇겠지만 방법은 잘 모르겠다.

“모두를 위한 불멸, 그리고 우주 개발”이라는 ‘러시아 코스미즘’에 관한 소개가 무척 인상적이고, ‘시간성의 윤리학 혹은 미래의 처방전’이라는 부제가 붙은 김수환의 글은, 이 정도는 써야 전문가라고 할 수 있지, 싶어서 좋았다.

장은정 평론가의 ‘현장-스코어-비평’도 재밌게 읽었다.

잡지에 직접 관여하게 되면서 와 닿는 지점이 많았고, 개인적으로는 문장 웹진의 <문학더하기> 기획을 꼼꼼하게 읽어줘서 감사했다.

시 지면도 좋았다.

좋아하는 시인들이 많았고, 작품도 거의 좋았다.

특히 김소연 시인의 따뜻함과 희망적인 기운이, 신용목 시인의 생활의 감각과 사랑이, 이민하 시인의 피와 죽음, 그리고 여성의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다.

리뷰 지면은 대체로 젊은 비평가들이 최근작들을 자세하게 읽고 썼는데, 읽은 기억도 되살아나고 여러모로 도움이 됐다.

두 편씩을 묶어서 리뷰하는 형태는 썩 효율적이지는 않은 거 같은데 여름호부터는 바뀔 것 같기도 하다.

소설은 네 편이 실려 있다.

 

1. 김종옥, 농담  ★★

작년에 문동에 <개죽음>을 읽었을 때도 이건 좀 심하지 않나 싶었는데 왜 이렇게 뒤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실제로 90년대 학번의 대학생 정도를 그리는 서사적 시간뿐만이 아니라 작품 자체가 퇴보하고 있다. 딱 30년 전으로.

일단 무척이나 긴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지 잘 모르겠다.

아마도 작가 자신의 경험이 많이 녹아 있을, 90년대 학번의 시대적 추억 같은 건가?

아니면 ‘꿘저씨’를 반성적으로 회고하는?

설마 ‘우물 안 개구리’ 우화를 통한 젠더 문제?

뭐가 됐든 남성적 자의식 과잉임은 분명하고 지금 이 소설을 읽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

이 소설이 일종의 ‘농담’으로 읽히기를 기대했나 싶기도 한데, 그럴 수도 없고 그렇게 읽히지도 않았다.

 

2. 박상영, 대도시의 사랑법  ★★★★★

또 이 작가에게 감탄하게 될 일이 있을까 싶었는데,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지금 한국 문단에서 ‘웃으면서 울 수밖에 없는 소설’은 박상영만이 쓸 수 있고, 이런 로맨스는 어디에서도 못 볼 거 같다.

그리고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전략적이고 계획적이어서 ‘대작가’구나, 싶기도 하다.

첫 소설집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와 자이툰 파스타> 이후, 박상영은 <재희>, <우럭 한 점 우주의 맛>, <늦은 우기의 바캉스>, 그리고 <대도시의 사랑법>까지 4편을 연이어 발표했는데, 놀랍게도 이 작품들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

아마 이 작품들을 주로 묶은 두 번째 소설집이 올해 나올 거 같은데 만약 주식처럼 투자할 수 있다면, 모든 자산을 쏟아부을 용의가 있다.

이 소설은 ‘규호’와의 만남을 그리고 있다. (헤어짐 이후는 <늦은 우기의 바캉스>)

박상영을 따라 읽은 독자라면 헤어지게 될, 그리고 그 이후로도 무척 그리워하게 될 ‘규호’라는 인물을 ‘프리퀄’로 만나보게 되는데, 구성, 디테일, 서사의 리듬, 모든 것이 완벽하다.

소위 ‘박상영 월드’가 이 소설에서 비로소 완성되고, 그 생생한 희극적 연애 이면에 비극의 ‘카일리’가 존재한다는 것도 여기에서 밝혀진다.

(최은영의 <상우> 같은 소설을 떠올려보면 동일한 소재를 다루는 방식이 얼마나 다른지도 알 수 있다.)

작가 자신과의 거리를 밀고 당겨가며 능수능란하게 세계를 만들어가는 솜씨나 대화의 맛, 이야기의 리듬과 톤이 군더더기가 없다.

특히 이번 소설을 읽으면서 박상영 소설의 ‘공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데, 특히 ‘나’와 ‘규호’에 있어서 ‘공항’이라는 떠남의 장소가 각별해 보인다.

소설의 도입부와 결말이 다른 이야기의 ‘공항’으로 연결되기도 하고, <늦은 우기의 바캉스>도 결국 혼자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니까.

또 제주/인천/이태원 등 지역적 특성과 이를 활용한 디테일(유설희 간호학원 같은)이 적재적소에 배치, 활용되는 것도 그렇고 이 둘이 만나는 클럽이나 원룸 같은 공간도.

그리고 그 모든 것은 결국 ‘대도시’로 연결되고.

그 공간에서라야 그들은 만날 수 있고, 특정한 공간을 점유하기에는 넘어야 할 장벽이 너무 높은.

무엇보다 이 소설에서 박상영은 정말로 용감하다.

몇몇 인터뷰에서 스스로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계속 되바라지고 몸을 사리지 않기를 바라며.

 

3. 김수온, 한 폭의 빛  ★★★

작년에 한국일보로 등단한 신인 작가.

이번이 등단작을 포함해 4번째 작품 정도 되는 거 같은데, 스타일이 확실하다.

이미지와 묘사를 통해 어떤 낯선 감각을 보여주려는 것 같기는 한데, 조금 애매하다.

왜냐면 이 작가가 보여주는 이미지나 어떤 장면의 묘사 자체는 그리 낯설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런 경향의 소설에서 자주 활용되는 이미지가 많고, 장면을 그려내는 방식도 아주 특별하지는 않다.

이 소설에서 동쪽의 도시와 서쪽의 숲은 어떻게 구분되는 것일까.

‘단절’되면서 ‘연결’되어 있다는 역설 같기도 한데, 그게 어떤 의미일까.

또 검은 모포를 쓴 ‘사내’와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자’와 ‘아이’, 그리고 여자의 ‘엄마’, 또 숲속의 연인은 어떻게 연결되는 것일까.

‘아이’는 살아 있는 것일까? 아니, 이들 모두 살아 있기는 한 걸까?

대체로 ‘죽음’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생각되고, 또 ‘빛’의 시선을 따라간다는 느낌을 주기는 하지만 너무 모호해서 독해의 진전이 어렵다.

일단은 다음 작품을 기다리면서 판단을 유보할 수밖에 없겠다.

 

4. 김선재, 가까운 일들  ★★☆

짧은 소설이어서 아마 좀 고민을 했던 것 같고, 내가 알던 김선재의 느낌은 아니었다.

이야기는 단순하면서도 좀 모호하게 복잡한데, 일단 이웃집 남자가 외장하드를 맡아 달라는 부탁을 했고, 종종 장례식에 갈 양복을 빌리던 ‘나’는 그것을 수락하는데, 어느 날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는 것으로 끝나는 소설.

이 외장하드를 빌려준 남자가 인구전수조사(census)를 담당하는 사람임을 생각하면, 또 부고나 장례식장이 자주 언급되고, 거기에 ‘나’가 판타지 소설 작가라는 걸 생각하면 뭔가 ‘죽음’과 ‘통계’에 관한 해석으로 나아갈 여지는 있어 보이지만, 너무 정보가 없다.

아마 이 작가는 “없는 것이 없는 밤”이라는, 일종의 ‘불안’과 ‘공포’가 알 수 없게 다가오는 순간 같은 것을 그려보려고 했던 것 같은데, 그러기에는 짧은 소설임에도 불필요한 정보만 많고, 서사의 분위기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했다.

하나의 에피소드나 소품이 되기에도 완성도가 좀 부족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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