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xt, 2019년 9/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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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xt>를 읽었다.

원래도 그랬지만 잡지를 만드는 입장에서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를 선정하고 지면을 세부적으로 기획해 청탁을 하고 소설을 중심으로 이야기의 폭을 늘리고.

어떻게 이 일들을 격월로 할 수 있을까.

물론 실무를 담당하는 분들의 규모가 꽤 있긴 하지만.

아무튼 악스트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메인 인터뷰가 최제훈 작가여서 더 관심이 갔다.

이십대 중반(?)이었나, 기억도 잘 안 나는데 팬이었던 적이 있다.

낭독회였나, 출간기념회였나도 신청해서 찾아가고. (<나비잠>이었던 거 같다)

최제훈 작가가 다소 건조하게 인터뷰에 임하는 것과 달리 손보미 작가가 지나치게 적극적으로 질문하는 대비도 재미 있었고, 나는 이 작가가 분명히 특정한 슬럼프를 겪었다고 생각했는데 특별히 그런 적은 없고 ‘늘 슬럼프’라고 말해서 좀 당황하기도 했다.

어쨌든 인터뷰를 읽으면서 작품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는데 역시 최근작인 <천사의 사슬>이, 나오자마자 읽었을 때는 아쉽다는 생각이었지만 돌아보니 그만한 즐거움을 줬던 장편이 있나 싶기도 하다.

다른 지면의 글들도 대체로 흥미롭게 읽었으나 딱히 덧붙일 말은 없고, 소설은 4편이 실려 있다.

이제 악스트는 3-4편씩은 단편소설을 싣는 것 같은데, 이번 작품들은 좀 의도적인가 싶을 정도로 ‘창비’ 출신 작가들에게 지면이 갔다.

의도적이라면 약간 갸우뚱하게 되고, 전혀 의도하지 않은 우연이라면 신기한 일이다.

 

 

1. 김사과, 귀신들  ★★★★

딱 이게 김사과지 싶은 소설.

특히 최근 <N.E.W>로부터 시작되어서 지난 계절 <예술가와 그의 보헤미안 친구>로 이어지는행보의 연장선상에 있다.

거기에 김사과 특유의, 이게 뭔지 잘 모르겠는데 또 뭔지 알 것만 같은 그 묘한 감각까지.

아쉬운 점은 자본주의와 세계화를 강박적으로 문제삼는 김사과의 이 작업이 지금 얼마나 당대적인지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는 것이다.

물론 그래서 마크 피셔 같은 이론가와 무척 어울리기도 하고(이 소설엔 ‘귀신’과 ‘흡혈귀’까지 나오니까) 계급과 인종과 국가를, 그러니까 ‘인간 세계’를 여전히 자신이 열세살이라고 믿는 23세의 ‘정신병’ 환자의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저 자신이 ‘미친년’, ‘골빈년’이라고 지칭하면서도 “이제 나는 강하다. / 여전히 열 셋, 더 이상 아무것도 나를 죽이지 못한다”라고 선언하는 “병원에서의 마지막 날” 장면도 좋고.

사라와 엘자와 어느 흑인 노동자로 연결되는, 인간세계의 숨겨진 법칙이나 조합을 까발리려는 장면도 흥미롭기는 한데.

문제는 이 민감하면서도 그 자체로 거대한 소재들이 오로지 세계의 자본주의적 알레고리를 형상화하는 데만 복무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간단한 문제일까? 아니, 간단하기보다 단지 그 방향으로만 밀어붙이면 되는 것일까?

“밝은 햇살 아래 싱그러워 보이는 자”를 조심하고, ‘귀신’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만 이 어둠의, 그러나 너무도 환한 도시 속에서 ‘홀로그램’이나 ‘흡혈귀’로 변해가는 인간들을 “역겨워하며 바라보기만 하는 나와 같은 등신”이 “Enough!”를 외치는 이 절망적인 냉소가 여전히 유효할까.

김사과의 다음 작품은 여전히 기대되지만 ‘변화’를 바라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2. 서유미, 모르는 순간  ★★★

약간 전략적으로 실패한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드는 작품.

아마 작가는 지금 결혼을 한 ‘그’가 자신의 아내인 ‘임’에 관해 무엇도 확신할 수 없다는 종류의 서사를 기획했던 것 같다.

실제로 이 소설에서 ‘임’이 보여준 회사 내의 사건이 그렇기도 하고.

그런데 말 그대로 ‘왜?’와 ‘모르겠다’의 반복만이 지속된다.

사실 간단한 에피소드인데 이 사건을 ‘그’가 전달받고 ‘임’의 회사로 찾아가는 장면까지(아마 소설 속에서는 1시간 정도?)를 너무 늘려 놓았다.

물론 ‘임’과의 만남, 결혼, 이직 과정 등을 회상하는 장면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기보다 오로지 ‘임’의 사건만으로 모든 걸 엮으려고 한다는 무리함만 느끼게 한다.

또 애매한 것이 이 소설이 일종의 로맨스인지, 불안을 자꾸 암시하는 일종의 스릴러인지 가늠이 잘 되지 않는다.

그것 자체로 단점이라 볼 수는 없겠지만 단순한 사건인데 왜 이렇게 복잡하게 말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되는 순간, 결국 ‘그’에게 이입하기는 어려워졌다.

 

 

 

3. 이주혜, 봄의 왈츠  ★★★

2016년 등단 이후 총 다섯 작품 정도를 발표한 것 같다.

대체로는 여성 주인공을 중심으로 가족(혈연) 간의 갈등이나 연대 등을 그려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야기에서 힘을 주는 장면이나 인물이 도식적으로 눈에 띄는 측면, 그것이 좀 식상하게 그려진다는 점이 단점이었던 것 같은데, 이 소설 역시 그렇다.

‘봄’이라는 남성과 연애를 하는 ‘은수’가 있고, ‘봄’이 조심스레 자기의 엄마를 좀 만나줄 수 있겠냐고 해서 병원을 찾는데, 거기에 ‘엄마’라는 사람이 3명이 있다는 이야기다.

남편의 죽음으로 홀로 ‘봄’을 낳아야 했던 생모 ‘선남 씨’와 ‘선남’의 고교 동창인 ‘리온 씨’, 그리고 그의 동성 연인 ‘미호 씨’가 그들이다.

그러니까 편모와 레즈비언 커플 이 세 여성이 ‘봄’이라는 아이를 이렇게 잘 키워냈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

이 세 여성의 사연을 각각 통과해 병원에서의 이 인물들을 모두 마주하는 장면에서 감동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익숙한 여성-서사를 거쳐 일종의 판타지처럼 마무리되니 큰 감흥은 없었다.

‘엄마들의 세계’와 그렇게 자라난 남성에 관한 이야기라면 ‘봄’이 더 드러나야 하는 게 아니었을까.

혹은 ‘은수’의 이야기라도 좀 덧붙여졌다면 이렇게 평면적으로 읽히지는 않았을 것 같다.

우리가 지금 보고 싶은 것은 소위 아버지의 역할까지도 담당했던 이 엄마들의 소회가 아니라 아버지 없이 세 엄마의 돌봄으로 자라난 ‘봄’이라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다른가에 관한 것이지 않을까.

 

 

4. 장류진, 도움의 손길  ★★★★

등단 1년 만에 소설집을 펴낸 스타 작가(?).

아마 이 소설까지 첫 책에 실려 있는 것 같다.

그간의 작품들을 다 읽어 왔고, 소설집으로 다시 보면 어떨까 싶기는 하지만 확실히 이 작가의 장점이자 단점은 ‘디테일’이다.

가사도우미를 부르기로 결심한, 이제 막 내 집을 마려한 결혼 칠 년 차의 “새댁”인 ‘나’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이야기의 시작부터 집에 관한 디테일이 쏟아지고, ‘아주머니’와의 갈등이 지속되는 동안 장면장면 묘사를 놓치지 않는다.

그렇게 빨려 들어가 이 소설을 읽고나면 약간 막연한 기분이 드는데, 이 인물들을 뭐라 설명할 수가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다.

그러니까 이 갈등의 시공간 속에 인물들이 동원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아마 작가가 의도했다고 봐야겠지만 ‘나’와 ‘아주머니’는 누구도 긍정할 수 없는 채로, 세태의 한 풍경으로만 기능하는 것 같다.

이 소설에서 핵심적인 장면은 “프로의 손길”을 경험해보라는 말에 설득되어 주저하던 ‘나’가 가사도우미를 부르기로 결심하는 부분인데, ‘나’의 일련의 행동들은 결코 프로답지 않으며 그것은 ‘아주머니’도 마찬가지이다.

즉 ‘프로’라는 말에 확신을 갖고, 그 ‘합리적 개인주의’를 추구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코 ‘프로’가 될 수 없는 새댁과 아줌마의 세계. (당연히 남편이라는 존재는 무쓸모이고)

선입관이나 편견 없이, 사적인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우리는 정말로 공적인 거래를 할 수 있는 것일까.

‘도움의 손길’이 아니라 ‘프로의 손길’이 더 필요한 것일까.

이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 ‘아주머니’가 태업을 지속하다가 결국 그만두면서 “점심시간 끼어 있으면 대충이라도 먹을 거는 주고 그래야 아줌마들이 좋아해. 새댁이 잘 몰라서 그러나 본데.”  “아마 업체에서 전화가 갈 거예요. 연회비 내라고.” “내가 거짓말은 또 못하겠더라고. 주님 믿는 사람이라.”는 말을 던지며 이 집 문을 나설 때, 나는 통쾌함을 느꼈다.

그러나 그 통쾌함은 매우 찝찝한데, 어쩌면 그것이 이 소설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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