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11월 말이고, 다음 주면 겨울호들이 쏟아지겠지.
2010년대의 마지막 문예지들이니 얼마나 또 읽어야 할 게 많을지 벌써부터 앞이 캄캄하다.
아무튼 날씨가 더 추워지기 전에 가을에 읽었던 단편들 몇 개 기록해 두려고 한다.
이번에는 정말 짧게, 마치 영화의 그것처럼 한줄평으로 한 번 써보기로 한다.
<쓺> 2019년 하권
1. 서이제, 임시 스케치 선 ★★★☆
X라는 기호를 활용한 조금 독특한 이별 이야기.
말을 해야 보이는 것들,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
2. 서동욱, 종이는 백자처럼 빛난다 ★★☆
갑자기 비장하게 자기 인생을 고백하는 ‘소년’의 목소리.
에피소드가 다 낯이 익고, 이 인물은 언제까지고 ‘소년’의 상태일 거 같아서 답답하다는 생각도.
3. 한정현, 과학 하는 마음-관광하는 모던걸에 대하여 ★★★☆
<줄리아나 도쿄>의 후일담 같은 단편.
형식적으로 흥미롭긴 하나 불필요하게 복잡하다는 느낌, 그에 반해 던지는 메시지는 좀 단순하다는 생각도 들고.
이상(李箱)에 관해서는 약간 잘못 알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Littor> 2019년 10/11월호
1. 강성은, 여름휴가 ★★☆
정해져 있는 일들이 순서대로 일어나는, ‘개연성’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 이야기.
2. 편혜영, 리코더 ★★★★
살아남은 건 그저 ‘행운’이라는 최근 주제 의식의 연장선.
도식적인 면이 있지만 여운은 긴 편이다.
<실천문학> 2019년 가을호
1. 김홍, 컬럼비아 ★★
난데없이 등장한 ‘박민규류’ 서사.
좀 속도가 붙으려고 하면 다시 뒤로 가는 느낌.
2. 유시연, 나는 모른다 ★★
나름대로 균형 감각을 가진 ‘국뽕’의 재현이지만, 무엇을 의도했는지 알기는 어렵다.
3. 이주란, 준과 나의 여름 ★★★★☆
그저 놀랍기만 한 이주란의 최근작들.
곧 출간될 소설집이 기다려질 뿐이다.
4. 최미래, 우리 죽은 듯이 ★★★☆
신인상 수상작이다.
레즈비언 연인의 사랑과 갈등, 꿈과 현실.
마지막 장면이 아쉽고, ‘표범’은 잘 이해가 가질 않는다.
<문학들> 2019년 가을호
1 . 김지원, 한밤의 환상선 ★★☆
비참하고 절망적인 현실을 그리겠다는, 작의가 너무 느껴지는, 작가의 목소리가 너무 큰 소설.
2. 서이제, (그)곳에서 ★★★☆
스도쿠의 형식적 옷을 빌려 입었지만, 10년 전쯤의 스무살 이야기 같다.
3. 송은유, 우리는 마주 앉아 ★★☆
너무 평범한 가족 이야기. ‘나’가 아니라 다른 화자였다면 어땠을까.
4. 장진영, 래아의 래아 ★★★☆
불안을 마구 풍기는 안개 속에 있다가 그것이 걷히는 순간 좀 뜨악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