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2017년 가을호

  늘 1등으로 나오는 창비. 가을호에는 신인상이 있어 더 기대감을 갖고 보게 된다. 공공성과 공동체에 관한 특집은 여러모로 참고가 될 만했고, 강경석의 글에서 개인적으로 너무 묻혀버렸다고 생각했던 백민석 작가의 <공포의 세기>가 다루어져서 반가웠다. 신동엽문학상을 받은 김정아의 소설집 <가시>는 미처 읽어보지 못했는데, 이 기회에 한 번 살펴봐야겠다. 시 지면에서는 한연희의 시가 압도적으로 좋았다. 매번 발표할 때마다 […]

문학동네, 2017년 봄호

  <문학동네> 봄호를 읽었다. 요즘은 조금 얇아지나 했더니 또 800쪽이 넘는 사전급의 계간지를 발행했다. 지금 문단에서 이루어지는 문학상 제도 중 가장 독자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다고 할 수 있을 젊은작가상 발표가 있고, ‘촛불과 태극기’라는 특집도 있다. 황정은이나 김상혁은 지금 꼭 읽어야 할 작가/시인이니 말할 필요도 없겠고, 필자들 면면도 화려하다. 일일이 한 마디씩 보태기에는 너무 많으므로, 소설로 […]

문학과사회 / 실천문학, 2015년 겨울호

<문학과사회> 2015년 겨울호   1. 김원일, 울산댁 예상했던 그대로의 소설. 그냥 뚝딱 써 낸 느낌이다. 김원일이라면 당연히 이렇게 쓸 것이다. 한국전쟁(후)의 기억은 여전히 이렇게 생생하다. 자전적 리얼리즘은 그러나 언제나 거기까지다. ‘전망’은 없고, 디테일만 남은.   2. 정용준, 선릉 산책 이 작가에 대해서는 할말이 많다. 압도적인 힘은 없지만 무거운 질문을 어떻게든 ‘서사적’으로 대답하려는 태도가 정용준을 따라 […]

지난 가을의 소설들(3)

<문예중앙>, 2014년 가을호   1. 진연주,  <사막> 세계의 구조에 대한 알레고리 소설. 음표를 달고 낙원에서 ‘말없이’ 행복한 이들과 추방된 영역에서 처절한 삶을 이어가는 인간들이 대비를 이룬다. 주인공인 그녀는 “예수”의 현현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서사가 좀 산만하고, 문장에 힘이 지나치게 들어가 있는 느낌. 알레고리적이라고는 하나 모호한 비유나 설정이 많다. 제목이 왜 “사막”인지도 알듯 말듯.   2. […]

지난 가을의 소설들(2)

<문학동네>, 2014년 가을호   1. 정용준, <재인> ‘자전소설’이라는 이름으로 실려 있는 작품. 익히 좋다는 말들은 많이 들었지만, 기대보다 더 좋았다. 지금껏 읽은 정용준 소설 중 단연 으뜸이다. 그동안 느꼈던 어떤 작위적, 아니 이렇게 말하면 좀 심하고, 이야기를 지나치게 구조적으로 짜는 게 아닌가 하던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군더더기 없는 단문들, 이야기의 리듬, 적절한 생략 등 […]

지난 가을의 소설들(1)

여전히 시차를 가진 채 읽고 있다. 부지런해져야 한다. 계간지를 따라가기도 벅차 월간지는 그때그때 관심가는 작가의 이름이 등장할 때마다 챙겨보는 정도였는데, 올해부터는 월간지도 빼놓지 않을 생각이다.     <현대문학>, 2014년 9월호   1. 김애란, <풍경의 쓸모> 작년에 문학동네에서 장편 연재를 중단한 뒤, 아마 처음 발표하는 소설이지 않나 싶다. 슬럼프가 온 것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

지난 여름의 소설들

너무 오래 되어버린 게으름을 고백하면서 지난 여름의 소설들 몇 편을 기록해둔다. 쓸데없이 길게 쓰지 않기로 다짐했다.     <세계의문학>, 2014년 여름호   1. 백민석, <비와 사무라이> ‘장마’ 연작이라고 불러도 될까. <수림>에 이어 물기 가득한 소설을 또 하나 썼다. 이야기는 백민석답게 단단하면서도, 희미하고 동시에 명료하다. 여자, 남자, 사내로 이어지는 세 꼭짓점의 관계망에서 ‘노숙자’가 끼어드는 풍경이 묘하게 […]

문예중앙, 2014년 봄호

문예중앙 봄호를 읽는다. 일종의 개편(?) 이후 상당히 크게 달라질 것 같았던 이 잡지는, 그러나 대체로 기존의 구도를 유지하고 있다. 다양한 시도들, 이를테면 <발바닥소설>이라든가, <한 글자 사전> 같은 코너를 여전히 기획하고 있으며, 우려(?)와는 달리 비평의 공간도 마련해주고 있는 듯하다. 잡지의 편집이나 디자인도 꽤 훌륭한 편이어서, 보는 맛이 있다. 소설 편식자인 나로서는 시의 공간과 시인의 비중이 넓고 […]

문학과사회, 2013년 겨울호

문학과사회 겨울호는 출간되기 전부터 상당히 기대하고 있었다. 다섯 편의 소설이 실렸는데, 각각이 모두 주목할 만한 작가였기 때문. 하나씩 보면 이렇다.   1. 백민석, 혀끝의 남자 이미 단행본으로 출간이 되었고, 블로그에도 긴 글을 썼으므로 넘긴다. 예전의 백민석의 팬들은 약간의 아쉬움을, 새로운 독자들은 상당한 매력을 느낀 듯하다.   2. 정이현, 뚜껑 정이현은 이른바 칙릿 소설의 유행이 지나버린 […]

백민석, 혀끝의 남자(문학과지성사, 2013)

  + 계간 <세계의 문학> 2014년 봄호에 실릴 리뷰의 일부입니다. 모두들 그렇게 말하듯이, 이렇게 시작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는 찔끔했다. 찔끔해선, 하마터면 커피 포트를 발등에 떨어뜨릴 뻔했다. 가슴에서, 덜커덩 소리가 났다. 비명이 터져나오고 거실로 뛰어가 형사의 목을 조를 뻔했다. 회계사가 돌아왔다고? 언젠가도 그 비슷한 소리를 들었었다. 펫숍에서 직원이 전화를 하며 불쑥 내뱉은 소리였다. ‘삼촌이 돌아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