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에 읽은 시

소리에 관하여 (이 글은 월간 <심상> 1월호에 실려 있습니다)   때때로 시가 ‘노래’라는 것을 잊어버리는 듯하다. 운율의 의미에서가 아니라 압축된 언어들로 감정을 드러내는 본질적인 속성 말이다. 그것은 ‘읽음’으로써 느껴지는 리듬이나 멜로디의 차원이 아니다. 오히려 ‘소리’라는 것 자체에 가까운 것 같다. 청각적인 자극이면서도 명확한 감각은 아닌, 차라리 소리라기보다 ‘소음’에 가까운, 어떤 광범위하면서도 사소한 파장이다. 지금은 꽤 […]

12월에 읽은 시

시의 공간, 공간의 시 (이 글을 월간 <심상> 12월호에 실려 있습니다)   좋은 시인은 평범하고 익숙한 것을 특별하고 낯설게 만들 줄 안다. 그것은 언어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사실 같은 곳을 바라 보아도 다르게 느끼는 인식론적 재능에서 우선 온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시에서 드러나는 시적 묘사의 깊이는 결국 인식과 응시의 깊이에서 비롯한 것이고, 훌륭한 시인은 그 […]

11월에 읽은 시

희미한 아름다움 (이 글은 월간 <심상> 11월호에 실려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시를 읽는다는 것은 일반적인 독서에 비해 상당히 어려운 일에 속하는 것 같다. 단숨에 시에 몰입해 이를 읽어 내려 간다는 것은 다른 독서 경험과는 차원이 다른, 특별한 집중력을 요구하는 일이다. 하나의 시가 드러내는 이미지들의 행렬과 연속에 나름의 서사를 구축하는 것이 대체로 쉽지 않은 일이기 […]

10월에 읽은 시

여름, 노인, 해변 그리고 시의 첫 (이 글은 월간 <심상> 10월호에 실려 있습니다)   시를 골라내기 위해 근작들을 일별하다 보면 마치 기획된 것처럼 묘한 공통점을 가진 작품들이 발견된다. 그 작품들을 모아 두고 찬찬히 살피면 여간 흥미로운 것이 아니다. 각각의 시들이 보여주는 정서적·감각적 차이도 그렇지만 미묘하게 감지되는 어떤 유사성이 특히 그렇다. 가을에 발표되는 시들 중 꽤 […]

9월에 읽은 시

나와 너 (이 글은 월간 <심상> 9월호에 실려 있습니다)   좋은 시인은 두툼한 사유와 광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세계의 곳곳을 투시하는 사람이지만 무엇보다도 존재의 근원을 더듬어 가는 탐색자이다. 어떤 시인은 끊임없이 ‘존재의 존재’를 찾아 나서면서 그 집요함과 깊은 응시로 독자를 끝내 설득해내는데, 여기 소개하는 민구가 그런 시인이다. 그는 『배가 산으로 간다』(문학동네, 2014)라는 첫 시집을 통해 자신만의 […]

6월에 읽은 시

시를 쓴다는 것 (이 글은 월간 <심상> 6월호에 실려 있습니다)   대개 우리는 독자로서 시를 접하게 되지만, 시를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시인의 입장에 서 본 일이 있을 것이다. 지금 같은 시대에 시를 읽는다는 것은 창작에 버금가는 열정이 아니고서야 선택하기 쉽지 않은 취향이고, 시의 독자라면 ‘왜 읽는가’라는 질문만큼이나 ‘왜 쓰는가’에 관해 골몰했던 기억도 있을 […]

5월에 읽은 시

어둠에 관하여 (이 글은 월간 <심상> 5월호에 실려 있습니다)   우리가 만들어낸 온갖 대조 속에 ‘빛’과 ‘어둠’만큼 극명한 것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 빛은 늘 긍정적인 이미지들로, 어둠은 늘 부정적인 이미지들로 곧잘 비유되지만 또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지나치게 밝은 빛은 오히려 우리를 부담스럽게 해 적당한 어둠이 필요해지는 일도 있고, 칠흑 같은 어둠에 싸인 어떤 밤도 […]

4월에 읽은 시

결국 언어를 부리는 일 (이 글은 월간 <심상> 4월호에 실려 있습니다)   좋은 시가 된다는 것은 때때로 여러 가지 조건을 만족시켜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결국에는 언어의 조탁과 연결된다. 언어를 깊이, 오래 들여다보고 이를 다듬어 새롭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시가 보여줄 수 있는 힘일 것이다. 동시에 시의 어려움도 여기에서 생겨난다. 누구나 언어를 사용하고 제각기 자신의 언어를 새롭게 […]

3월에 읽은 시

당신을 멈추게 하는 질문 (이 글은 월간 <심상> 3월호에 실려 있습니다)   새삼 좋은 시를 골라내기란 얼마나 어려운가를 생각한다. 무수한 말들 속에서 독자를 멈춰 서게 하는 구절을 발견하고, 오래도록 머물면서 그 말을 곱씹는 것이 시 읽기의 즐거움이지만 다시 말하거니와 그것은 쉽지 않다. 많은 시인들이 그 나름의 방식으로 자신들의 시 세계를 만들어나가고 있지만 대체로 그 세계는 […]

1월에 읽은 시

상상된 시공간 (이 글은 월간 <심상> 1월호에 실려 있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현대사를 조명한 영화 <국제시장>이나 90년대 가요를 다시 불러들인 <무한도전>의 “토토가” 열풍이 거센 요즘이다. 현실의 팍팍함이 과거를 추억하게 하는 것인지, 화려한 현대사회의 외양에 우리가 그만 지쳐버린 것인지 알 수 없으나 ‘과거’가 힘을 갖게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과거로의 회귀는 현실의 문제를 외면한다는 도피의 혐의를 받기에 […]